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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정의를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 온 문재인 정부가 집권 전반기를 돌아 후반기를 맞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정의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감은 커녕 오히려 국가의 운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미증유의 사태를 온 몸으로 맞았다. 국민들은 지금 하루하루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외치와 내치 모두 이상할 정도로 하나같이 제대로 풀리는 일 없이 되레 꼬여만 가는 대한민국의 진짜 위기는 국정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거나 보지 않고 외면하는데 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조국 사태는 그 상징적 사건의 중심에 떡 버티고 서 있다. 바로 정의와 거짓말이 뒤범벅 된 혼돈이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근본 원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누가 봐도 강력한 정의의 철갑옷을 수없이 덧대 입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론은 물론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에서까지 정의의 대척점에 있는 거짓말쟁이 정권으로 꼽히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웅장할 정도로 울려 퍼진 적폐청산의 나팔소리가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만들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심히 안타까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선의 내세운 이상국가 환상에 빠져 허우적
동서양 역사를 보면 수많은 이상주의 권력들은 늘 예외 없이 거짓 권력으로 변질됐다. 이는 현실성 없는 이상적 정의가 결국 그 이상으로 인한 무능을 가리거나 포장하는 최적의 거짓 방패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이상주의 이념은 지속적으로 배타성을 띄면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견고히 쌓는 것을 정의로 포장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특성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인류의 꿈이라고 하는 공산 사회주의 국가는 정의의 이데올로기 최선두에 있어 온 이유를 자가발전하며 끝내 거짓의 구렁텅이로 빠졌다. 차별 없이 공평하게 누구나 잘 사는 사람중심의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공산 이념의 사회주의는 마치 가능한 것처럼 인류를 현혹한 탓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수억의 인류를 지옥의 사선과 빈곤으로 이끌었을 뿐이다. 지금도 그 명백한 거짓의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은 그래서 아주 ‘특별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각별한 사건의 언저리에서 막 중심으로 들어서려 너무 힘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는 유턴을 하지 않는다면 벗어나지 못할 치명적인 올무에 걸릴 상황이 버젓이 보임에도 그렇다. 작금의 억척스러운 행보를 보면 반전은 없어 보인다. 우리는 너덜너덜해진 포퓰리즘 사회주의 열차에 뒤늦게 탑승해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까지 국정운영을 보면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운 국가복지 만능, 반기업·친노동, 퍼주기 실험, 반자유시장 행보, 좌클릭 정의 강경기조 등의 강행군이었다. 그 결과 나태와 게으름이 마치 행복한 조건으로 조장되고 근면과 도전을 유발하는 경쟁은 차별과 반칙 그리고 불평등의 씨앗으로 간주됐다.
나아가 일본 제국주의를 청산하지 못한 근원이 미국에 있다는 미제(미 제국주의) 청산의 깃발이 30년이나 지난 386 무덤에서 다시 꺼내어지며 부활하기까지 했다. 초중고 학교에서는 이 같은 반제 논리가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과 군부정권의 뿌리까지 부정하는 반파쇼 정의의 횃불로 포장됐다. 때마침 직전 보수정권들도 그 연장선상의 근본 없는 정권으로 치부되며 탄핵열풍을 타고 적폐의 청산대상으로 가차 없이 올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소미아 파기도 부지불식 당연한 제국주의 청산 정의감으로 옹립되기에 이르렀다. 오는 23일 0시를 기해 종료되는 지소미아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국방·안보라인이 한국으로 총출동 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일찌감치 한미동맹이 곳곳에서 균열돼 온 상황에서 지소미아는 그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 제국주의 논리가 한반도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그 상황은 대미·대북·대중 외교 곳곳에서 드러나 왔다.
근본적으로는 반제 논리가 정의인가에 대한 회의를 해주길 주문하고 싶다. 전승국 미국은 패전국 일본의 전범들을 살려주고 국가적으로도 기사회생을 도우면서 병참국으로 삼았다. 나아가 우리에게 친일청산을 온전히 못하도록 직간접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미국의 핵폭탄에 의해 가능했던 우리의 해방 자체를 부정해야 반제 노선에 대한 정의의 논리가 완전하게 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보는 논거는 미국에 의한 해방을 되돌려야 하니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의 기반 하에 고동성장을 구가한 측면까지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반제의 논리로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온갖 포퓰리즘 정책은 해방-건국-경제성장-자유민주주의를 통째로 거부하는 일에 버금간다. 국민과 국가의 영혼인 헌법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일이 정의로 가늠되고 있는 기막힌 상황에 놓였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차별이 없고 평등하며 누구나 행복한 평화로운 나라는 어느 국가든 꿈꾸지만 그것이 공산주의 혁명이나 그에 준한 포퓰리즘 사회주의 방식으로 성공한 전례는 없었다. 그 원인은 인간이 절대 버릴 수 없는 이기심과 시기심을 국가 권력이 선의로 선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착각하거나 욕심을 부린 오만 탓이다.
사회 구성원 전부의 이기심·시기심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하면 공산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국가는 성취할 수 없다. 상향 평준화는 커녕 하향 평준화가 돼도 인간의 이기심·시기심 만큼은 인위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면 통제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가혹한 통치권력을 휘둘러야 한다. 그런 국가가 반드시 선의라는 가정도 틀렸다.
선악 이분법 칼질 속 숙명적 두 얼굴 자충수
이 같은 삐뚤어진 정의감이 전체주의 권력을 부르고 권력자의 힘을 키워 권력의 자기합리화를 확대·재생산 하도록 해 끝내 위선의 이중성과 두 얼굴을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그러고도 거악 척결이 명분으로 내세워지며 거짓말은 당연시 되고 양심의 가책도 버리거나 가린다. 거짓으로 포장한 선전·선동이나 직접민주제로 포장한 여론전까지 정의를 향한 과정의 길로 인식하는 경향성을 띄기까지 하고 있다.
거짓의 이념 탑을 높이 쌓는 과정은 이렇듯 정의로운 길로 셀프 인식되는 과정의 반복이다. 하지만 자유주의가 일반화된 국제질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는 것 역시 냉엄한 현실이다. 한국은 외교에서 조차 거짓이 정의로 뒤범벅이 돼 국제사회의 라이어(liar)로 떨어지며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은 물론 우리까지 라이어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국제사회의 라이어는 범죄자 수준의 노골적인 비하라는 점에서 낯 뜨겁기 그지없다. 개혁과 혁신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나라의 건설이라는 깃발을 내건 대한민국은 정의에 대한 기대가 좌절에 빠지면서 희망이 사라져 가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비롯한 전 정권 권력자들과 대기업 오너·임원 등을 가차 없이 적폐의 칼로 베어 낸 정의감은 여전히 서슬 퍼렇다. 풀뿌리 경제가 무너지고 심각한 안보위기가 현실화 돼 스산하고 음산하며 불안함으로 가득 한 분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선악의 심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국 사태의 거짓말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이상한 양심은 묻히고 있다.
권력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적 자유의 근간인 이기심과 시기심을 나쁜 근원으로 규정하지 않는데서 출발한다. 이기심·시기심은 오히려 자유시장 번영의 토대인 부(富)의 씨앗으로 기능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본질적 특성으로 간주해야 한다. 인위적 단죄보다 선악의 변증법 논리로 정의감을 향상시키는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는 측면 역시 있다.
이기심·시기심을 유발하는 경쟁과 차별은 사회 구성원 각 개인의 두려움을 이기는 습관을 만드는 기반이 되고 그 습관이 반복적으로 많이 쌓이는 개인들이 많아질 때 이른바 ‘좋은 운명’의 국민들이 많아진 국운 융성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 때 개인들은 일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 가면서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숙해 간다.
우리는 지금 그 반대의 길을 가면서 불과 2년 반만에 온갖 상처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는 처지로 떨어졌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불안을 넘어 공포감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제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 정의가 계속된다면 우리 모두는 비극적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 외과수술설(전쟁)을 비롯한 내부 시민혁명설, 국제사회의 대한민국 경제제재설 등이 나돌고 있다. 이를 가볍게 본다면 진짜 국운 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곱씹어 국정의 발걸음을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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