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영광 재현 석태수 용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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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8 00:02:21

한 때 블루오션으로 불렸던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높아진 소득수준과 해외여행 붐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항공업계는 중국, 일본 등 관광수요가 많은 국가들과의 외교분쟁 여파, 업체 간 경쟁과열, 글로벌 경기 악화, 환율 급등 등의 악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일시적으로 비춰졌던 위기는 점차 장기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명실공이 국내 1위의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한 해 매출의 거의 절반을 벌어들이는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1179억원에 그쳤다.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장거리 노선과 기업 고객이 많은 대한항공의 실적 급감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항공업계의 위기 원인이 점차 복합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대외적인 악재 뿐 아니라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내부 악재도 산적해 있어 위기 극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오너 일가로 인한 부정적 이슈와 그로 인한 기업이미지 추락, 고 조양호 회장 자녀들의 경영능력 미검증,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경영권 분쟁 등은 여전히 대한항공의 악재로 남아 있다.

문제는 내부 악재로 지목되는 이들 사안에 대한 해결책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우선 오너 일가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에서 비롯된 기업이미지 추락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자숙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땅콩회항사건, 물컵갑질사건 등의 주인공인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이른 복귀 가능성이 불거져 나와 기업 이미지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 검증은 대대적인 쇄신을 바탕으로 한 경영보폭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쇄신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무급휴직, 시스템 개편 등 일시적인 조치만 보일 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굵직한 결단과 경영적 판단 등은 전무한 상태다.

KCGI의 경영권 위협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실적 부진으로 인해 공격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KCGI는 한진칼 대표이사에 올라 있는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압박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조원태·석태수 대표이사 및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1600억원 단기차입금 증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위기는 사실상 이제 막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위기의 정도가 더욱 커져 기업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내부 악재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여러 가지 내부 악재들의 해결의 키는 딱 한 사람에게로 귀결된다. 오너 주도의 경영쇄신의 첫 시작이 될 인적쇄신의 중심에 선 인물이자 대한항공 경영권을 넘보는 KCGI의 주타깃인 석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고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경영의 중심에 섰던 석 부회장은 이미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인물이다. 항공업계의 불황 속에서의 유일한 흑자도 석 부회장 작품이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석 부회장의 퇴진이 시급하다. 석 부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대한항공은 지금과 같이 위기도 호황도 아닌 상태로 방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 덕분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 오너 일가 입장에선 진정성 있는 자숙 태도, 경영능력 습득과 경영쇄신 노력 등에 게으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명실공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다. 사명에 ‘대한’을 사용하고 로고에 태극마크를 사용해도 국민들이 큰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현 위치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 10년, 나아가 100년 동안 존속할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석 부회장의 용퇴 결단은 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