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적폐취급, 기업할 맛 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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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적폐취급, 기업할 맛 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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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9 00:02:48

최근 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0위 안에 들어간 한국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20위였고, SK하이닉스는 267위였다. 불과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 시총 500위 내에 들어간 한국기업의 수는 8곳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기업의 자산총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 순위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기업의 성장가능성이 그만큼 낮고,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은 자산이나 실적과 달리 미래 성장가능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보다 바이오 신약을 사업목적으로 둔 기업의 가치를 높게 쳐주는 이유도 이와 같다. 당장 실적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면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 이치다.

물론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량기업, 탄탄한 기업이라고 볼 순 없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기대되는 성장률 역시 높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자산규모가 비슷한 기업일지라도 시가총액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업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이 비례 관계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은 만큼 저평가된 한국기업이 많을 수록 한국경제의 경제성장도 둔화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업계에선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나치게 촘촘한 규제와 엄정한 잣대가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툭하면 적폐 취급하는 정부의 정책 노선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3년째 거듭되고 있는 기업 수사와 재판으로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 회사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 법률 리스크로 인한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기업 경영은 물론 신규 투자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셈이다.

단적으로 11개 경제부처가 소관하는 경제 관련 법률조항 중 83% 이상이 양벌규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대다수 처벌조항이 범죄가 이뤄진 경우 실제 범죄행위를 한 자뿐 아니라 소속된 법인과 사업주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현실적으로 파악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인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 주요 선진국인 미국은 담당자만을 처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CEO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3년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CEO가 억울하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법원의 유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기업인들을 마치 잠정적인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 국가 경제발전에 일조하는 기업인을 툭하면 적폐 취급하는 나라에서 누가 사업보국할 생각을 하겠나.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