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저소득층 교육기회 뺏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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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8 15:00:00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우리나라 교육 불공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 논란으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해소를 위해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방안에는 현행 20% 수준인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4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수시 전형이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만의 전유물이라고 보고 정시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천명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명목으로 ‘정시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서 나온 ‘2022학년도 대입 정시 비율 30% 이상’을 권고했지만 최근 교육 불공정 논란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비율을 크게 올린 것이다.

하지만 교육 업계에서는 교육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평등을 더 야기시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시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평가는 비싼 사교육을 진행하는 고소득층 학생들이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2018교육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실제로 고소득층은 정시 선호 현상이 높고 저소득층일수록 수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대입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에 관한 조사가 이뤄졌는데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응답자는 △수능성적 38.2% △특기적성 21.0% △인성봉사 20.5%의 선택비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성적 선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모습이다.

반면 400만원 미만 그룹군의 경우엔 특기적성 선택 비중이 더 높았다. 월 소득이 200만~400만원 미만은 △특기적성 30.4% △인성봉사 23.9% △수능성적 23.6%을 보였으며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은 △특기적성 28.6% △수능성적 24.9% △인성봉사 23.0%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많이 사용할 수 없는 가정일수록 수시를 선호한다는 증거이다. 교육계에서는 정시 비중을 늘리면 지방 소도시 학생은 서울권 대학교에 진학하는 사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학종 등의 수시가 학부모 경제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오해로 인해 정시 확대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종, 수시는 학생부·자소서·면접을 통해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학생을 선별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준비한 학생들의 획일화된 유형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겐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조국 전 장관 등 일부 입시비리의 명분으로 단순하게 정시를 확대한다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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