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조속히 협상 나서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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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 부통령 ‘미친 개’ 비난에 ‘그보다는 좀 낫다’며 만류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8 16:58: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북한이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이를 만류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조속히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위원장님, 조 바이든이 ‘졸립고 아주 느린’ 면은 있어도 ‘미친 개’는 아니다”면서 “그는 사실 그보다는 좀 낫다”고 썼다. 이어 “하지만 나는 당신(김정은 위원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당신을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며 자신만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당신이 빨리 움직여 합의에 이르도록 해야한다. 곧 만납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빨리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고 “우리의 최고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하는 망발을 또다시 줴쳐댔다(지껄였다). 미친 개 한 마리가 또 발작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친 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 잡아야 한다”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북한의 원색적 비난에 대해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인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우리가 무서운 모양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막말로 공격한 것은 바이든 측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한꺼번에 싸잡아 비난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의 태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대선 캠페인 광고에 분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민주당이 내놓은 광고에는 “독재자와 폭군들이 칭송을 받고 우리의 동맹들은 옆으로 밀려났다”는 설명과 함께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가졌던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이 함께 실려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평소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며 비판해왔지만 이번에 북한이 그를 타깃으로 비난을 퍼부은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우호적 제스처로 해석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군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잠꾸러기 조(Sleep Joe)’라는 별명을 붙여 부르는 등 그에게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왔다. 특히 최근 거론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도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연관이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남인 헌터가 관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헌터가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특혜를 받지 않았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거절할 경우 군사원조를 끊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이다.

17일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바이든에게 ‘미친 개’라는 막말을 퍼부은 북한을 향해 짐짓 말리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아주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진 않다. 가디언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놀리듯 쓰는 호칭 ‘졸린 조’를 떠올리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건성으로 편든다’고 설명했다.

가이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의 방점은 김 위원장에게 협상테이블로 나오라는 신호에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김 위원장과 또 다른 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미국의 의지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 결정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7일 한·미 국방부는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 여건 조성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국방부 간 긴밀한 협의와 검토를 거쳐 이달로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경두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갖고 한·미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한미는 연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규모를 축소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가진 바 있으나,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아예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에스퍼 장관은 훈련 연기를 발표하면서 “나는 이것을 ‘양보’가 아닌 평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선의의 노력’이라고 본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외교관들에게 좀더 큰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