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현금 120兆, 경기 침체에 유통속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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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발행잔액 역대 최고수준, 투자·소비로는 이어지지 않아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9 14:55:07

▲ 시중에 현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풀렸지만 유통속도는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한국은행. ⓒ스카이데일리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현금 유동성이 확대되며 시중에 풀린 현금이 12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돈이 도는 속도는 느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기조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9일 한국은행(이하·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23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118조4000억원)에 비해 5조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분기말 기준 1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말에는 122조700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20조원대를 지속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 형태 등으로 환수되고 시중에 남아있는 화폐 규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화폐발행잔액이 늘어난다. 최근엔 저금리 기조가 확대되며 그 규모가 확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화폐발행잔액은 2012년 4분기 말 54조3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그러나 2014년부터 지난해 1분기 까지 매번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을 오가는 증가세를 기록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난 2017년 2분기 말엔 10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2분기말엔 110조원대를 돌파했고 올해 3분기에 120조원대를 기록했다.

시중 현금의 대부분은 5만원권으로 조사됐다. 5만원권의 화폐발행잔액은 3분기말 기준 102조6000억원으로 전체 화폐발행잔액의 83.1%를 차지했다. 수표보다는 사용이 쉽고 보관이 용이해 5만원권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돈이 많이 풀려난 것과 달리 돈이 도는 속도는 느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화폐유통속도는 2분기 기준 0.69로 1분기(0.69)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화폐유통속도는 통화 1단위가 일정기간 동안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에 얼마나 유통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제 불확실성과 저금리 등 요소로 인해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통화승수도 9월말 기준 15.7배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통화승수는 시중통화량인 광의통화(M2)를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인 본원통화로 나눈 값을 말한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할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낮을수록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 통화가 늘어난 것과 별개로 화폐유통속도가 느려진 점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금리를 낮췄지만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자본시장 등에만 소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돈의 유통속도를 높이도록 유도해야 저금리 정책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조언했다.

이창형 전 울산대학교 교수는 “금리 인하를 통해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야 경제가 살 수 있는데 규제가 너무 많아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자본시장, 부동산 등에만 소모될 수 있다”며 “규제를 완화해야 현금의 유통속도를 높이고 기업투자 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