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판매 제한에 속타는 은행권…“규제 과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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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융위에 건의사항 전달 예정…정책 수정 가능성은 낮아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9 14:57:20

▲ 은행권 안팎이 금융당국의 DLF 대책 방안에 따른 신탁판매가 제한되는 상황에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미 정책강행을 시사해 은행들의 신탁 판매를 제한하는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은행권이 DLF(파생결합펀드) 대책 마련에 중심을 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 이후 신탁 판매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실무진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금융권 안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미 발표한 대책을 뒤집을 경우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라 은행들의 신탁 판매를 제한하는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이하·은행연)는 주말부터 회원사 신탁·펀드·창구 업무 담당자 등 실무진 회의를 잇달아 소집하며 지난 14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DLF 대책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은행연은 은행들로부터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대안과 건의사항을 정리해서 금융위원회(이하·금융위)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대책 발표 이후 2주 간 각계 의견 수렴 기간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대책에 대해 은행권이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신탁상품 판매 제한에 대한 내용이다. 금융위는 DLF 대책을 통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신탁의 은행.보험사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서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정수준 (20%~30%)이상인 상품을 말한다.

은행권이 신탁상품 판매를 못하게 될 경우 은행들은 수십조원대 시장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가연계증권신탁(ELT), 파생결합증권신탁(DLT) 등 신탁상품 판매 규모는 지난해 4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태영 은행연 회장은 지난 15일 금융위가 개최한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신탁시장 규제가 안타깝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수익률이 낮다고 비판받는 상황에 신탁은 고객 자산 증식을 위해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은행들 역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려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내부 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감독해야 하며 판매 자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신탁 판매 자체를 금지하면 고객 선택권이 제한되며 원스톱(One-Stop) 서비스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개념을 제시해 은행들의 금융상품 판매 제한에 나섰는데 이는 은행권에 책임을 돌리는 것에 불과하며 소비자, 시장을 우롱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은행권 안팎이 금융당국의 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이미 금융당국은 대책 강행을 시사한 상태다. 2주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이 최종안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은 위원장은 대책 발표 당시 은행의 신탁 판매를 허용하면 고위험 상품 투자 출구가 열리기 때문에 규제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시장중심 구조조정 활성화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의견을 수렴해서 (대책을) 바꾸면 오락가락이라고 할 것 같다”며 “(은행들이) 오해한 부분도 있으니 직접 설명해서 간극을 줄여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