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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깊고 은밀한 일을 나타내시고 어두운 데에 있는 것을 아시며 또 빛이 그와 함께 있도다”<다니엘 2 : 22>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눈만 뜨면 자기자랑하기 바쁘다. 바늘을 몽둥이라고 우기는 허풍과 과장을 밥 먹듯 한다. 내년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정적(政敵)을 수사해 달라고 외국 정상에게 압력을 가한 것이 들통이나 탄핵위기에 내몰린 미국 대통령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1만 2019회에 걸쳐 거짓말을 했거나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 또는 호도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금의 미국 경제가 역사상 최고로 좋았다고 186번 말했지만 과거 정부 때가 더 좋았다. 또 162회에 걸쳐 자신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고 큰소리 쳤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자화자찬 일색이다.
남의 나라 대통령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린 이 못된 정치문화를 그대로 답습한 것 같다. 최서원(최순실)사태와 촛불시위, 탄핵의 경량 속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막 임기 분기점을 넘어섰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남길 가치와 유산을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남은 임기 중 대한민국과 우리 삶에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공정과 정의·특권폐지와 평등·인권증진·적폐청산·비핵평화·국민통합·사회 안정·삶의 질 향상·청년희망과 취업·출산회복·경제발전·복지확충·미래 성장동력·외교와 국제관계 강화·분야별로 냉혹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격변을 고려해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문재인 정부가 조금이라도 고민을 한다면 전반기 정책 중 강화·지속·전환·폐기해야 할 영역과 분야가 선명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후반기 성공의 지름길은 과거부정이 아닌 자기부정을 통한 국정 전환이다. 탄핵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적폐청산과 과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고 후반기는 통합과 미래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과연 나라와 정부를 위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과거 권력을 향한 적폐청산은 개혁 없는 처벌을, 현재 권력의 조국 사태는 처벌 없는 개혁을 시도했다. 전자의 청산 동안 숱한 처벌은 있었으되 권력기관, 재벌, 검찰, 교육 분야의 실질적 개혁은 없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조국 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처벌 없는 개혁 정책들이 시행령을 통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진 민주주의에서 금지하는 국민대표를 우회하는 시행령정치, 시행령주의다. 그 개혁조치들은 과거 권력에게 적용하지 않더니 현재 권력에겐 철저히 적용된다.
탄핵을 통해 보수가 지리멸렬했던 국민지지 절정의 임기 초반을 왜 통합 없는 청산, 개혁 없는 처벌로 지속했는지 심히 안타깝기만 하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줄곧 품어왔던 의문 중 하나가 포퓰리즘 정부인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스트인가 아닌가였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확실하게 느껴져 온다. 조국 사태 덕분인 것 같다. 뻔뻔하고 영악한 조국 부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세상을 성실하고 바르게 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걸리지 않게 재주껏 살라는 것이다. 슬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내가 조국이라는 편 가르기의 정점은 사법의 차별화, 차별적 법치주의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내 편은 무죄, 네 편은 유죄다 이 기준에서 보면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은 여전히 흠결 없는 무죄다. 내 편만이 내 국민이었다.
집권하니까 문제를 삼지 않는다. 남의 국민에겐 인권도 남의 일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변창훈 검사. 포승에 묶인 채 법정에 선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치욕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조국이나 문 대통령은 인권의 인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랬던 대통령이 야당일 땐 그렇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더니 집권 2년 반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지금 와서 인권 존중, 검찰권 행사. 공수처 설치를 말한다.
지지하는 내 편만 내 국민이고 조국 가족에게만 인권이 있단 말인가. 더욱 황당한 것은 국민의 정당한 대표는 자신이라며 영구 집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법보다 국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그것에 맞게 선거제도를 바꾸고 헌법까지 고치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여당 대표는 백년 집권을 아예 떠들어 댄다. 이 정권은 주류세력 교체라고 한다. 하지만 권력을 손에 넣으면 똑같이 부도덕한 일을 서슴없이 했다.
놀란 것은 죄책감 없이 뻔뻔스럽게 한다는 점이 다르다. 정실인사도 당당하게 밀고나간다. 부정부패나 부도덕을 들춰내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직 촛불세력, 서초동 지지자들만 내 국민이고 내 편일 뿐이다. 광화문의 3000만 국민은 무시한다. 내 편, 내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식 전형적 포퓰리즘 현상이 일어나고 그 대가로 국민은 양분화 되고 나라 살림을 거덜 냈다.
3년 새 예산을 100조원 넘게 사상 최대 늘렸지만 불평등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기만 하고 중산층은 줄었으며 나라 빚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고용의 양(量)과 질(質)이 개선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자기 확신에서 자화자찬을 한다. 평균 재산 15억원인 청와대 실세들이 구중궁궐에서 일하니 없는 자의 고달픔을 알 턱이 없고 쌓아두면 썩어버린다고 나랏돈을 마구 퍼주며 담배꽁초 줍기로 노인 일자리를 늘리니 고용률이 올라가고 빈부격차도 해소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민심은 대통령의 시각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국민은 적대적 감정으로 양분화 되고 정의와 공정은 붕괴되었다. 자영업자들은 나가자빠지고 서민은 평당 1억원짜리 미친 아파트에 절망감에 빠진다. 불꽃놀이를 하나 싶을 정도로 익숙해진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언제 서울 한복판에 떨어질지도 몰라 수시로 떨게 한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가 다시 무너지는 나라의 현실이다.
집권 2년 반이 지났건만 아쉽게도 문재인 정권의 정체를 모른다. 혁신·포용·공정· 평화를 내걸었지만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통치 이데올로기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정권은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애써 감추려 한다. 소득주도성장 또는 포용성장은 과거1980~1990년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좌파 사회당 정부가 추진했던 사회주의 경제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행하려다 경제가 엉망이 되자 포기한 뒤 만성적인 실업과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문재인 정권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근로제, 공무원 17만명 증원,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려하고, 세금을 짜내 분배 확대와 빈곤 해소라는 명분 아래 나랏돈을 마구 뿌리려 한다. 이제는 남미의 선심성 포퓰리즘까지 닮으려 한다. 자식들에게 빚 폭탄을 넘길 작정인지 나라 곳간을 텅텅 비우고 내년에만 60조원의 빚까지 내 500조원의 예산을 흥청망청 쓰겠다는 재정 중독증에 걸렸다. 심지어는 개혁이란 미명 아래 전체주의로 흐르는 조짐도 보인다.
촛불의 신탁을 독점한 듯 적폐 청산에 이어 사법·검찰·언론·교육 등에 개혁 대 반 개혁 반동의 이분법을 들이댄다. 코드와 이념으로 무장된 자기편을 심어 조직을 장악한 사법 개혁이 그랬고 다른 개혁도 그럴 것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입제도가 뒤집히고 멀쩡한 특목고가 사라져도 비교적 거리는 조용하다.
제왕적 청와대 정부를 개혁하라는 비판은 묵살되고 하나 됨을 강요당하는 공기가 지배적이다. 지금 우리 한국은 경제적 사회주의, 분열적 민족주의, 획일적 전체주의가 뒤섞여 혼란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남과 북,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민족주의를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포퓰리즘의 종착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나라를 쪼개고 국민을 둘로 나누며 재정을 거덜 낸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페론의 아르헨티나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 정부 들어 경제의 모든 지표가 쪼그라들고 있다. 최후의 보루 수출은 10개월째 내리막에 물가마저 마이너스다. 이쯤 되면 아무리 포퓰리즘 정부라지만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했다.
대통령이 민심을 거역하고 무능해도 5년 임기가 보장되는 것은 불공평하다. 로마 최초로 단독집정관에 오를 정도로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고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3개 대륙을 손에 넣었던 폼페이우스의 처참한 몰락 원인은 섬뜩하기만 하다. 본회퍼의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다”라는 단어가 왜 떠오르는 것일까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요한복은 7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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