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가치 외면한 조동혁·조동길 사욕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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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25 00:02:38

‘주주권(주주권익)’의 사전적 의미는 주주가 회사에 갖는 권리를 일컫는다. 소유한 주식수에 따라 기업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법률적으로 주주권은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자익권과 법인 자체의 목적달성과 관련된 공익권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자익권과 공익권 모두 투자자의 사유재산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기업의 오너·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직무 태만·소홀 등으로 개인의 사유재산 훼손을 막을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주주권인 셈이다. 투자의 개념 자체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개인의 자본을 투자하고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주주권은 사유재산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당연하게 부여되는 권리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주주권만큼이나 주주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주주들이 기업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부여, 기업의 손실로 이어지는 횡령·배임 행위 등에 대한 법적처벌 등이 대표적인 주주권 보호 방식이다. 주주권 보호가 곧 국민들의 사유재산 보호라는 인식에서 등장한 조치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주권 훼손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의 손실로 인한 타 주주들의 사유재산 피해는 아랑곳 않고 최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오로지 개인의 배를 불리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 오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솔그룹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최대주주 오너 일가는 기업의 피해를 등한시 한 사욕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한솔그룹 창업주 고 이인희 고문의 삼남 조동길 회장은 지난해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의 막대한 적자 속에서도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거액의 연봉을 챙겼다. 지난해 한솔홀딩스의 적자규모는 무려 414억원에 달했다. 조 회장은 총 7억4800만원의 연봉을 챙겼는데 공교롭게도 그 중 2억400만원이 상여금이었다. 4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해에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의구심이 뒤따른다.

한솔홀딩스는 상여금 지급의 이유로 매출액 신장과 부실 자회사 정리 등을 내세웠다.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과는 관련 없는 매출액 신장과 오너의 경영실패로 부실해진 자회사를 정리했다는 게 상여급 지급의 이유로 가당키나 한지 궁금하다. 더욱이 등기임원이 버젓이 있음에도 미등기임원이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고 뒤에서 권한만 행사에 왔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인정한 꼴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고 이 고문의 장남이자 조 회장의 맏형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 역시 주주들의 피해를 외면한 사욕행보로 논란에 휩싸였다. 조 명예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한솔그룹 계열사 소유의 부동산을 시세보다 수억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다. 조 명예회장 일가는 해당 빌라의 5층과 4층에 총 4개 호실을 소유 중인 상태에서 1층에 자리한 2개 호실을 추가로 매입했다.

‘배임’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개인 자격으로 빌라 호실을 저렴하게 매입해 이득을 본 반면 기존 소유주인 한솔그룹 계열사는 손실을 입게 됐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조 명예회장의 행보는 배임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주들의 입장에선 오너 일가의 사욕행보로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여길만 하다.

한솔그룹 2세 경영인이자 오너인 조동혁·조동길 형제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회사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주주들의 피해를 외면한 케이스다. 주주들 입장에선 사유재산 피해와 직결되는 주주권을 훼손당했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해석하면 조동혁·조동길 형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유재산 보호의 가치를 철저히 망각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조동혁·조동길 형제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과 국세청, 공정위 등의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 만약 비위 사실이 포착된다면 헌법의 존엄함을 바로세울만한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 전체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개별 기업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발 빠른 조치야말로 모두가 인정하는 공정과 정의다. 그리고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경제민주화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