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기 정책에 죽어가는 경제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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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26 00:02:40

최근 경기 침체에 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국내 경기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달째 0%대로 저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물가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도 2001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65년부터 올해 10월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올해 9월(-0.4%)이 사상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0.4%)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GDP 디플레이터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종합적인 물가지표로 활용된다.

2015년 이후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 관계를 살펴봐도 최근 저성장·저물가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은 2015년에서 2017년까지는 함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동반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동반 하락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일각에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재계 및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으로 생산성 향상과 신성장 동력을 확대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 경제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부터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등과 같은 전방위 규제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가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내건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게 대다수 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미래형자동차, 지능정보, 바이오·헬스 등 11개 분야의 173개 기술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로 지정하고 R&D와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R&D 비용이 매출액 대비 2%를 넘겨야 하고 신성장기술에 투입되는 R&D 비용이 전체 R&D 비용의 10% 이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도보다 감소해선 안 된다.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보니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의 수도 적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악화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는 심리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보다 최근 몇 년간 인상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한시적으로라도 낮추고 고용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경직적인 노동규제 등을 개선해 경제의욕을 높이는 게 먼저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