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文정권, 삐뚤어진 기업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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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27 00:01:18

최근 SM(삼라마이다스)그룹의 우오현 회장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육군 제30사단에서 별 두 개가 달린 베레모를 쓰고 장병에게 훈시하고 오픈카에서 사열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열은 지휘관이 부대 장병들의 군기 등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의식이다. 그런데도 민간인에게 버젓이 이를 실시한 것이다. 게다가 육군은 그를 명예 사단장에 임명해 민간인에게 ‘대령 이상’의 명예 계급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한 국방부 훈령도 위반했다.

친(親)노동·반(反)기업적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오히려 몸집을 크게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표적 호남기업인 SM그룹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동생들이 현재 재직 중이거나 몸담았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과 SM그룹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결국 그 꼬리가 이런 식으로 노출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동생인 재익씨는 SM그룹 계열사인 케이엘씨에스엠에서 지난해부터 선장으로 일하고 있고, 이 총리의 동생 계연씨는 지난해 SM그룹 계열사인 삼환기업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다만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었던 계연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아 불법 취업 논란이 불거진 데다 수천억원의 관급공사 수주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근 그만뒀다.

정권과 이런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우오현 회장은 공교롭게도 2017년부터 중국·베트남·러시아·싱가포르·프랑스·말레이시아 등 문 대통령의 모든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위세(威勢)를 연상시킨다고들 한다.

반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온갖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비선 실세인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에 휘말려 수감까지 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3년 가까운 기간을 옥살이를 하거나 법정에 불려가는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역시 2년여를 구치소와 법정에서 보내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연루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간신히 기소를 면했다.

얼마전 열린 국정감사에서 민간기업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들이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때 피해를 받을 농어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여야 합의로 이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FTA로 수혜를 받을 기업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나눠 내도록 했는데 기업들이 약속한 이 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들은 2017년 할당치의 1%도 안 되는 3억원을 출연했고, 2018년에는 52억원, 올해 9월까지는 12억원을 내면서 할당치의 20%만을 채우고 있다.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기업들이 내지 않으려 미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최서원씨의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등에 출연했다가 총수들이 고초를 치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최서원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부와 관련한 내부 규정을 강화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전경련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기업의 사회공헌 평균지출액을 조사해보니 2017년보다 8.1% 감소한 126억5077만원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가 위축된 것인데,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서가 낳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물이다.

시계를 10여년전으로 돌려보면 친(親)기업적인 이명박 정부 때는 물론이고 경제민주화를 어젠다로 내건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소위 ‘착한기업’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활발했고, 기업이 사회적 대의명분(Cause) 혹은 공공의 이익을 마케팅 활동과 접목시키는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 당시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자본주의 초기, ‘자유방임주의’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는 정부의 개입이 강조됐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들어서는 자유로운 시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로 진화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신자본주의’로 발전했다.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2011년에 터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자본주의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통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같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공익사업에 여념이 없는 것도 이런 트렌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런 도도한 흐름에 발을 맞췄고, 이것이 뒷받침돼 기업들이 CSR과 코즈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탄핵정국에 진입하면서 착한기업, 코즈마케팅이란 단어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최서원 사태의 학습효과로 기업들이 이를 멀리한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기업들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코즈마케팅이 시들해진 셈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위기에 빠지는 등 급격히 쇠락해가고 있다. 이런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황에서 내년 4·15총선 표심을 위해 문재인 정권과 연(緣)이 없는 몇 몇 기업에 사정당국이 칼을 빼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출범한지 3년이 다 되가는데도 기업을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좌파 정권 특유의 행보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내편인 국민’만을 국민으로 취급하는 것을 기업에까지 확대하면 곤란하다. 일부 호남 기업 외에는 CSR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기업이 움츠러들어 있다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있겠나.

문재인 정권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반기업 정서·정책이 경제파탄으로 가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편인 특정 기업만 편애하는 삐뚤어진 기업관을 버리고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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