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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기억해주길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임보련기자(bll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2-03 10: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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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련 국제부 기자
홍콩에서 지난 6월부터 시작돼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 그들의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오늘도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서고 있다.
 
6월 9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를 표하고자 시작된 이번 시위는 2014년 우산 혁명 이후 열린 대규모 시위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주도 아래 그 막이 올랐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과잉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홍콩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들면서 홍콩에서는 여러 가지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먼저 시위대의 요구를 그동안 외면해오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가 시작된 지 88일 만인 9월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그러나 나머지 4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혔고, 다음날인 5일 52년 만에 ‘긴급상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 ‘복면 금지법’을 시행해 시위대의 마스크의 착용을 금지시켰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에 시위대는 오히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이 포크스’의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이어나갔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됐던 시위가 점차 반중 성향을 띄며 민주화 요구로 변하기 시작하자, 이를 예의주시하던 중국 중앙정부까지 이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에 이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폭력과 혼란을 제압해야한다”고 말했으며, 한정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겸 부총리 역시 이를 주문하면서 홍콩 경찰은 보다 더 강경하게 시민들을 진압하기 시작한다.
 
지난달 4일 홍콩과학기술대학교 학생이 시위 현장 인근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다 추락해 숨졌으며, 11일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는 경찰이 맨 몸의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해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던 홍콩 이공대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와 도로를 봉쇄해 교정 안에 있던 시위대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넣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했으며, 유서까지 준비한 채 경찰과 맞섰다.
 
정부라는 거대하고 강한 세력에 맞서는 시민들 앞에 외롭고 어두운 길이 계속되는 와중에, 18일 홍콩 고등법원은 시위대의 마스크 등의 착용을 금지한 홍콩 정부의 복면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다. 중국 측에서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시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국과 홍콩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오히려 홍콩 시민들을 더 결집시키는 동기가 됐으며, 이는 11월 24일에 치러진 구의원 선거를 통해 홍콩인들의 뜻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투표율 71.2%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사상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 압승을 거뒀다. 시민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으며, 이날 각 투표소에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1시간에서 2시간까지 기다려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투표를 하기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이던 유학생들까지 홍콩으로 날아오기도 했다.
 
투표는 국민들의 의사 표시의 창구이다. 그들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그 결과 범민주 진영이 전체 의석수 중 약 86%를 차지함은 물론, 전체 18개의 홍콩 지역구에서 17개의 구를 차지하게 됐다. 사실상 국민 투표나 다름없었던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는 참패했으며, 람 장관과 현 홍콩 정부는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잃었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자 전과 달리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홍콩 시민들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항인치항(港人治港)을 준수해 홍콩의 자치와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홍콩 정부와 중국 측에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국가에서 그 자체로 존중받고 싶다면서 “우리를 중국이 아닌 홍콩, 중국인 아닌 홍콩인으로 기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홍콩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유서를 담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 이들은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로 연일 사상자가 나오는 가운데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이기적인 겁쟁이가 아닌 양심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경찰과 맞서거나 파괴를 하기 위함이 아닌 정부의 잘못에 항거하기위해 여기에 있다”면서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한다”고 전한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시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없어서는 안 될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며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홍콩 시민들의 외침은 홍콩의 미래를 뒤바꿔놓을 것이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가 여명(黎明)과 가장 가까울 때다. 계속되는 어둠도 언젠가 끝이 있으며, 이 어둠이 끝난 후 오는 그 밝음은 더욱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홍콩에 내리운 어둠이 하루 빨리 지나가,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그들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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