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잇는 3000km 가스관 개통…양국 연대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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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의 메시지”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03 16:47:36

▲ 지난 11월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약 3000km 길이의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이 2일(현지시간) 개통됐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양국 국경 지대의 가압 기지를 연결하는 TV 화상 회의 형식으로 개통식에 참관했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가동돼 가스가 중국으로 흐를 것”이라며 “이처럼 다른 지역을 가로지르는 프로젝트들은 여러 지역의 개발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시설이 생기는 지역은 추가적인 기반 시설과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며 “이번 가스관 개통이 러시아뿐 아니라 향후 가스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통된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은 러시아 이르쿠츠크, 사하 등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의 가스 생산 기지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헤이룽장성 등의 동북지역을 거쳐 상하이까지 수송한다. 총사업비는 550억달러(약 64조922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5월 중국과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에 합의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에 들어갔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앞으로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으로부터 향후 30년 동안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며, 중국은 30년간 가스를 공급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4000억달러(약 470조원)를 지급한다.

중국 관영 CCTV는 러시아 국가에너지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천연가스전 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천연가스 수출량이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년 새 33% 증가했다. 이에 따라 IEA는 중국이 내년 세계 최대 가스 수입국이 될 것이며 2024년까지 세계 가스 수요 중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시베리아의 힘이 개통되면서 중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 비중이 크게 늘어나, 중국 가스 수요의 약 10%를 충족할 것으로 IEA는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스관 개통은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사업인 시베리아 가스관은 미국에 각자 도전해온 2개 강대국 간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강화하는 물리적 연결고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수년간 경쟁한 끝에 세계 정치·무역·에너지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에리카 다운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중국·러시아 간 가스관 연결에서 국제정치적 의미를 포착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다른 대안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소치에서 “중국은 에너지 자원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그 자원을 갖고 있다”며 “이는 자연스러운 동반자 관계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국 정부는 몽골을 통과하는 또 다른 가스관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카네기연구소 모스크바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은 이와 관련해 “에너지 외교는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협력의 상징이다”라며 “에너지 협력은 러시아와 중국에 경제적으로든 전략적으로든 모두 윈윈(win-win)”이라고 평가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