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 무색한 펜벤다졸 품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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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0 00:02:56

강아지 구충제 일종인 ‘펜벤다졸’에 대한 항암치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폐암 말기 환자가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국내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펜벤다졸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펜벤다졸은 현재 품귀현상까지 보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해외 직구까지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 씨는 펜벤다졸 복용 후기를 자신의 SNS 상에 올리기도 했다. 김철민 씨는 지난 10월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 통증이 반으로 줄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 이후 지난 6일 피 검사와 암 수치 확인 결과 암 종양 수치가 많이 줄었고 간 수치와 콩팥 기능 등 정상으로 나왔다고 말하며 펜벤다졸 하나만으로 상태가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펜벤다졸은 암세포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여러 논문에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적은 없다.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3상을 진행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펜벤다졸은 이러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셈이다.

펜벤다졸 사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펜벤다졸은 사람에 대한 항암 효과의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아 부작용을 우려하며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암 환자들과 이들의 보호자들에겐 펜벤다졸은 한 줄기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에 펜벤다졸 임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도록 임상을 진행해달라는 이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펜벤다졸 품귀현상까지 일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이에 대한 알맞은 조취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말로 복용을 금지하게 하는 것보단 펜벤다졸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게 일견 더 나아보인다. 완치가 불가능한 암 투병 환자와 보호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펜벤다졸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전달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그 다음 이를 복용할지 말지 여부는 환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타당해보인다.

[이유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유진 y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