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밀린 혁신, 타다 금지법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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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0 00:02:38

공유·혁신경제 발전을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정작 국내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 타다를 금지시키는 역설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박홍근 더불어민주당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창일치로 통과됐다.

국토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 거치면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 1년 6개월 뒤부터 시장에 적용된다. 11인승 렌터카를 통해 호출형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타다 같은 여객 자동차 운송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사실상 타다의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당장 벤처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가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공유경제뿐 아니라 다른 신산업 분야 창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승차 공유서비스 ‘차차’ 운영사 차차크리에이션의 김성준 명예대표는 지난 6일 보도자료에서 “혁신을 외치는 정부로부터 스타트업 차차는 유린당했다”며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절박한 심정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국민의 편익 제고를 더 중요하게 여겨달라”고 촉구했다.

업계에선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상정 20여분 만에 별다른 논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충분한 고려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개정안 의결에 앞서 정부부처가 국회의 눈치를 보는 정황이 여럿 연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이 의결되기 전인 지난 5일 타다 금지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국토위 교통소위에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영위는 자동차 소유, 리스 또는 렌터카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나름 소신발언을 한 공정위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의결된 뒤 국회 국토위원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법제처장 앞으로 공문을 하나 보냈다. 국토위에서 논의·의결된 개정안에 이견이 없다는 게 공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공유경제 산업의 특성상 이해관계자가 택시업계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기득권인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국민 편익은 물론 혁신산업 성장은 외면한 것이다. 미래 한국경제를 선도할 각종 신산업이 기득권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말라죽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거미줄같은 규제환경 속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혁신기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는데 과연 누가 신산업에 뛰어들겠나. 법제위 관문을 넘기 전에 지금이라도 타다 금지법에 대한 진정성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치논리가 아닌 국민과 국가의 밥솥을 책임질 신산업 육성이 우선돼야 함은 두 말 할 필요없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