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잡겠다던 오리온 水 사업, 시작부터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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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제주도 갈등 최고조…제주도 “물 공급 끊겠다”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09 13:23:02

▲ ‘제주용암수’를 야심차게 선보이며 글로벌 생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오리온이 사업 초기부터 진땀을 빼고 있다. 사진은 오리온. ⓒ스카이데일리

‘제주용암수’를 야심차게 선보이며 글로벌 생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오리온이 사업 초기부터 진땀을 빼고 있다. 제주용암수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제주도 ‘염지하수’ 공급이 끊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에 반대되는 입장을 전하며 오리온에 염지하수 공급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오리온은 국내 판매가 해외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에 파행이 예상된다.

9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용암수의 국내 시판을 두고 오리온과 제주도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제주 염지하수(용암해수)를 이용해 만든 제주용암수를 국내에서 판매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지난 4일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리온과 염지하수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오리온은 애초 자체적인 염지하수 관정개발을 하고자 했지만 2017년 4월 18일 이를 자진 취하하고 제주도가 개발한 염지하수를 공급받아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오리온은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른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현재 제주테크노파크와 오리온 사이에는 용수공급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오리온에 염지하수를 공급하는 것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일 뿐 판매용 제품생산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제주도는 염지하수 공급을 위한 어떠한 정식 공급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리온에 대한 용수공급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는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는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밝혀왔으며 오리온은 도지사와 만나서도 중국 수출만을 강조했다”면서 “최근에야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오리온에 국내 판매는 불가하다는 입장과 함께 이에 따른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하는 등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지만 오리온은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염지하수는 화산섬인 제주 자원 중 하나다.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든 물로써 자원 고갈 우려가 적고 미네랄, 영양염류, 아연, 철, 망간 등 몸에 좋은 희귀 미네랄도 다량 함유됐다. 제주 내 매장량은 약 71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제주도는 염지하수의 양이 풍부해도 막대한 양을 쓰다 보면 고갈할 우려가 있어 공공재 개념으로 염지하수를 관리하고 있다. 이에 공수화 개념에 따라 애초 염지하수에 대한 민간기업의 제조·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지방공기업만 허가받은 양만 이용이 가능했다.

▲오리온이 제주도로부터 염지하수 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당장 공장 가동부터 어려워진다. 사진은 오리온제주용암수 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2008년엔 ‘제주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 한해 예외적으로 용암해수 제조·판매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는 공수화 원칙상 염지하수를 이용한 제품은 국외 판매만 가능하며 국내 판매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가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에 반대되는 입장을 전한 배경이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반대되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두 차례 면담하고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국내 판매를 제한해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오리온이 제주도로부터 염지하수 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당장 공장 가동부터 어려워진다. 오리온은 제주도 공장에 1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생수 사업에 총 3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이미 가정에 생수배달 사업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큰 타격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당초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통해 먼저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국내시장을 발판삼아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국내 생수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도 국내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배경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생수 소매 시장은 2016년 7298억원에서 지난해 8259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토대를 다진 후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이후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음료류 시장’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생수 시장은 195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2020년까지 252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2017년 1억2700만달러(약 1493억원)에서 2020년 1억7800만달러(약 2092억원)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오리온 측은 제주도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속 협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