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안 반대 노조 총파업…교통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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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연속…학교 휴교, 오페라극장 공연 취소 등 차질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0 17:49:20

▲9일(현지시간) 파리의 지하철이 파업을 실시한 가운데 지하철 역사에 모여든 파리 시민들. [사진=프랑스24]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시작된 총파업으로 열차, 지하철 등이 5일 연속 운행에 차질을 빚어 교통 마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물류·관광산업 등이 타격을 입었다.

9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리를 비롯한 전국 시위가 9일에 이어 10일에도 계속되면서 특히 주요 노동단체가 이끄는 총파업으로 주요도시의 교통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24에 따르면 9일 파리 지하철 16개 노선 중 9개 노선이 파업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나머지도 2개 노선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운행을 이어갔다.

이날 파업에 동참한 국영철도회사(SNCF) 노동자는 전체 17%에 불과하나 운행에 필수적인 인력의 참여가 높아 실제 시민들의 불편 체감이 높았다. 프랑스24는 기관사의 파업 참여율이 77.3%였으며 철도 운행은 평소의 15~20%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9일에 이어 10일도 전국 시위가 계속된다. 특히 10일에는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 힘(FO) 등 주요 노동단체가 이끄는 총파업이 예고되어 주요도시의 교통체계가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노조를 비롯한 대형 노조들은 무제한 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지난 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연금제도 개편안을 비판하며 “개편안을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 [사진=프랑스24 캡처]

프랑스는 마크롱 행정부가 올 하반기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편으로 정부와 노동·시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의 주요 항목 중 하나였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체제로 재편하고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연금 시스템을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직종별로 42개에 달하는 산발적인 퇴직연금 체제를 통합해 2025년까지 포인트 제도를 기반으로 통합된 하나의 국가연금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연금제도 개편으로 행정적 편의성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정부는 강조한다.

하지만 노조와 직능 단체 등은 연금 개혁안이 퇴직금 수령 연령을 늦추고 연금수령액이 줄이게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에두아르 필립 프랑스 총리는 연금개혁에 대해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 시스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 예를 들어 여성, 농민, 단기 경력자 등에게 매우 긍정적인 해답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며 새로운 개혁안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필립 총리는 “만일 우리가 오늘 광범위하고 진정성 있게 혁신적인 개혁안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내일 다른 누군가가 야만적인, 정말로 야만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10일 총파업을 예고한 프랑스국영철도(SNCF) 측은 “주요 노선의 5분의 1만 운행될 예정”이며 “프랑스 전역의 교통이 극도로 마비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수도 파리의 지하철은 9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고 5개 노선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9일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두들 출근하는데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다른 시민은 “(파업으로) 시민의 발을 막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출근할 길이 없다. 이건 시간 낭비다”고 파업에 반대를 표했다. 또 다른 시민은 “10일 파업이 끝나기를 바란다. 일주일 내내 이런다면 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이 10일 오후 1시30분부터 거리 행진을 예고함에 따라 파리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도로 주변의 상점, 술집, 식당 등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철도노조가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 고속철인 TGV와 지역간선철도, 파리와 근교를 잇는 급행노선 RER 등의 운항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관광업계에도 여파가 밀려왔다. 파리의 주요 역사들이 평소와 달리 매우 한적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파리 시내의 주요 관광지도 평소보다 인파가 크게 줄었다.

9일 파리 시내를 다니는 지하철·버스·트램 등의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져 많은 학교가 교통 불편과 교사들의 파업 동참을 이유로 휴교를 결정했다. 또 파리의 명물인 오페라극장 오페라 바스티유와 오페라 가르니에 등에서도 공연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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