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자, “트럼프 대통령 북한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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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해결 가장 효과적인 ‘심리전’ 펼져야”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5 16:42: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권에서 고위급에 있었던 탈북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에게 경고성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타임즈(WT)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서한 사본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탈북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언젠가는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믿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엘리트층을 겨냥한 “심리전”을 강화해 그들이 내부로부터 북한의 젊은 독재자를 교체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에서 30년간 일한 전직 관리라고 밝힌 이 인사는 미국이 북한에 “전면적인 제재”를 부과하고 동시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을 실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T는 이 경고성 서신이 “최근 수 개월 동안 북한이 10여 차례 이상 발사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비롯, 도발적 군사행동을 감행하고 연속 말폭탄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역사적·개인적·외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백악관이 신선한 계기(fresh momentum)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고위 탈북자는 서신에서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 한, 북한 비핵화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를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남한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핵은 적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50년 동안 통치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3대에 걸쳐 수행한 핵 개발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주민과 당, 군의 신뢰를 잃는 위기를 맞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조부와 선친이 만든 핵 전략과 전술 매뉴얼을 따르고 있고 지난 25년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독재자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5년간 북한을 비핵화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으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김 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대의 유훈이라고 주장한 ‘비핵화’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을 막아냈지만, 그는 여전히 대화의 장막 뒤에서 핵위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당신과의 관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북한문제를 북한 내부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미국의 대북 전략으로 심리전을 강화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심리전을 펼치는 것이다”면서 “그것은 핵폭탄 만큼이나 위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이상적인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WT가 이 서신 사본을 입수해 공개한 같은 날,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우려하며 도발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또 미국은 협상에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대담한 결정을 할 것과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이 미국에 연말이라는 시한을 두면서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데 우려를 표하면서 “미사일과 핵 시험은 북한에 더 큰 안보를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적대감과 위협으로부터 멀어지고, 대신 우리와 함께 한다는 담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WT는 두 소식통을 인용, 서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정책 관련 최고위 담당자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을 보낸 탈북자의 신원에 관해서는 WT가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WT는 백악관이 서한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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