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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위원회
최근 치러진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임용 시험에서 사회주의 관련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이번 임용고사 역사 전공 B형에 출제된 11문제 중 3개(1·7·9번)가 사회주의 관련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번 문제는 ‘1929년 원산 총파업을 지휘한 단체의 이름’과 ‘1930년대 개량주의가 아닌 비합법(非合法)적 방식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노동운동 노선’을 적으라는 것이다. 정답은 ‘원산노동연합회’와 ‘혁명적 노동조합’으로 알려졌다.
9번은 1992년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대한 문제다. 당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과 동시에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른바 ‘네 개의 기본 원칙’ 내용을 묻는 것으로, 정답은 ‘사회주의 견지’ ‘프롤레타리아 독재 견지’ ‘공산당의 지도 견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견지’ 등으로 알려졌다.
우선 문제의 수준을 보니 화가 난다. 덩사오핑의 ‘남순강화 네 개의 기본 원칙’ 따위를 우리 학생들이 알아야 할 이유를 교육과정평가원과 출제위원들은 설명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현 집권세력의 시대에 뒤떨어진 전체주의적 관념에 입각한 시장경제 죽이기와, 권력욕과, 세계의 변화에 대한 무지 때문에 경제가 폭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은 아무 부끄럼 없이 이권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무능력과 부패로 인한 민심이반을 헤쳐 나가려면 중국 공산당 식 전체주의 지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사회주의 견지’ ‘프롤레타리아 독재 견지’ ‘공산당의 지도 견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견지’는 모두 중국 공산당들이 자신들의 독점 권력을 인민들에게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일 뿐이다. 중국 인민들은 어떤 경우에도 공산당 권력을 뒤엎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함이 물씬 풍기는 언사이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하는 법이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 권력을 독점해야 할 정당성이 없는데, 중국 인민들이 계속 참아줄까 싶다.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권력 독점에 저항하며 홍콩 시민들이 현재 거대한 민주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전제국가 이외에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이따위 사상을 나라의 중심 가치로 내세우지 않는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겠다.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를 뽑는 시험문제에 이런 문제를 출제한 이유가 장차 우리나라를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의도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즉 대한민국은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초로 건국한 나라이다. 이런 헌법에 의해 선출되어 집행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만약 이 나라를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나라로 바꾸려고 한다면 반역(treason)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헌법 제84조)에 해당해 대통령으로 재직 중에도 즉각 소추되고 탄핵되어야 한다.
“현재 임용고사는 교육부의 위임을 받은 시·도교육청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치러지는데, 출제위원 전원이 비공개임은 물론 선발 과정도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출제위원, 출제 기준 모두 비공개라는 점이다. 평가원이 매년 출제·채점·검토위원장을 공개하고, 이들이 직접 공식 브리핑에 나서 출제 경향 등을 설명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는 대조적이다. 평가원은 지난해 임용고사 출제 및 채점 과정에서 공정성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의 ‘공립교원 임용시험 관리실태’에 따르면 평가원은 임용시험 출제를 위해 ‘출제위원 인력 풀’을 구성하고 있는데, 지난 2018년 기준 인력 풀은 정원의 3.52배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가원이 출제하는 수능(평균 19.6배수)과 인사혁신처의 5급 국가공무원 채용 시험(10배수 이상)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치다. 또 출제위원 선발경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47.1%만이 인력 풀 내에서 선발됐고, 나머지는 평가위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 등 인맥을 동원해 주먹구구식으로 섭외한 것이다.”
질문을 달리해서 묻겠다. 대통령은 나라를 공산주의 체제로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데 단순히 시험 출제를 담당한 산하 부처 실무진들이 대통령의 방침을 잘못 이해하여 그런 문제를 출제했는지 묻고 싶다.
만약 실무 공직자들이 잘못한 것이라면 대통령은 즉각 그 부처를 조사해 잘못을 저지른 관련자들을 공개하고 전원 문책하고 파면해야 한다. 이들은 모두 민주공화국의 공직자로서 자질이 전혀 없는 자들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선서를 한 공직자이다(헌법 제69조).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위임해준 집행권을 헌법과 법률에 맞게 행사할 책무가 있다. 그런 일하기 싫으면 대통령직(presidency)을 그만두면 된다.
자유와 책임
고래로부터 공화정의 정신은 국가는 시민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되 공동체 성원인 시민들은 늘 공동체인 국가의 운영에 크든 작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공화국 운영에서 참여할 때는 늘 자신이 누군지 당당히 밝히고 공직에 참여하고 국정에 대한 의견을 내어 공론형성을 해야 한다. 이에 반해 공화정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는 기생충 같은 세력인 전체주의자나 종북좌파들은 늘 익명으로 자신을 감추고서 공작정치를 펼친다. 권력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더러운 짓거리이다.
이처럼 공화정 국가에서 자유와 책임은 오래 전부터 불가분의 관계로 다루어졌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를 누릴 수 없듯이 책임을 감당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 정부의 온갖 집행 행위 결정을 법적 근거도 없는 정체불명의 ‘위원회’에 맡겨 책임 소재를 흐려놓더니, 지금은 아예 그 위원회 성원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으려 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고 주장하는 내년도 예산안도 심의 기록이 없다고 한다. 짬짜미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감추기 위한 술책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아줄까
먼저 ‘교육과정평가원’의 책임자는 이 시험의 출제위원이 누군지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 또 최소한 그 출제위원들이 우리 헌법에 규정한 공화주의 가치관에 충실한 사람인지 검증했을 것으로 믿는다. 마땅히 시행했을 출제위원들의 가치관 검증에 관한 자료도 공개하기 바란다.
교육과정평가원이든 별도로 구성한 위원회든 모두 주권자인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들이고 위원회들이다. 모든 공직자는 국민들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들을 권리가 있다. 국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면 공직을 그만두면 된다.
만약 그런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위 보도대로 ‘깜깜이’로 또 ‘짬짜미’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면, 대통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그 책임자 및 이 사건 관련자들 전원을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이 교육과정평가원의 이런 중대한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번 역사 문제 출제는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부인한다고 탄핵 사유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전략도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그 나라에 자연자원이 얼마나 풍부하게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지식기반경제에 특징적인 자원들을 집적하는 동학(動學)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지식경제학은 ‘지식의 효율적인 생산과 이용을 가능케 하는 제도와 조직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자원들(고도로 숙련된 직원, 연구개발실 및 혁신을 위한 서비스)은 이동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유동적이다. … 이 자원들은 (협업을 통해) 상호 집적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호 집적을 통해 창출되는 대단히 강력한 외부효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도미니크 포레이, 지식경제학 서문 中)
그래서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지식기반경제 선진국들은 이 ‘지적 재산권’을 국가 소유로 빼앗아가는 수정 사회주의 국가와는 ‘상호 집적을 통해 창출되는 강력한 외부효과’를 공유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수정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국가들이 국가기관 등을 동원한 해킹이나 스파이 활동, 강제적 기술이전, 인력 빼가기 등으로 지적 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를 선진국들은 근원적으로 차단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그런 일을 자행하는 국가들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지식경제 시대에는 과거 산업자본주의나 금융자본주의 시대보다 훨씬 긴 ‘우회생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바로 교육을 통한 지식이라는 자산의 축적과정이다.
미국은 교육과정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즉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영어와 지식의 보관소인 컴퓨터의 언어 코딩(cording)을 덧붙여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모두 자국민들을 지식경제 시대에도 지배세력으로 살아남도록 준비시키는 노력의 일환이다. 거대한 ‘우회생산’ 과정이다.
이런 판에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낡은 주사파적 전체주의 이념만 배운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체제를 강제하겠다는 것은 각국이 지식기반경제의 구축에 매진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짓이다. 자신들의 현재 권력을 지키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고 아예 시대를 거꾸로 돌려 나라를 망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칼 마르크스에 따르면 하나의 정치경제사회에서 생산력이라는 토대가 변하면 그 상부구조인 생산관계는 그에 조응하여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식경제라는 생산력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부구조, 즉 주사파와 같은 낡은 이념, 법과 제도, 정치세력 등은 ‘서서히 또는 폭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는 일시적으로는 존속할지 몰라도 수정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체제는 결국 도태될 것이다.
인간은 본성상 시기심이 많은 존재이다. 그래서 정치권력을 위임받은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의 시기심을 애국심으로 공동체를 위한 덕성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득권익에 대해 비난하고 선동하면서 국민들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선동 정치로는 집권은 할 수 있으나 나라를 경영할 수는 없다.
“기득권익의 위력은 사상의 점진적 침투에 비한다면 매우 과장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늦든 빠르든 선에 대해서든 악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기득권익은 아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제24장) 위험한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지 시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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