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업, 트럼프 감세에 법인세 사실상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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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조사 이래 최저 수준 “새로운 우대 조치 등 도입”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8 17:10:2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미국 대기업의 연방 법인세 실효세율이 법정세율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조세경제정책연구원(ITEP)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연방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사한 결과 1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ITEP가 1984년 분석을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말 세법을 개정해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그러나 여기에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각종 공제와 세제 혜택이 더해지면서 기업이 실제로 내는 실효세율은 법정세율 대비 절반 수준이다. ITEP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2015년 이들 대기업 실효세율은 21%였다.

이에 따라 미 정부의 법인세 수입은 2017년 3000억달러(약 350조원)에서 지난해 2040억달러(약 238조원)로 급감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ITEP는 “조사 대상 기업이 법정세율인 21%를 냈다면 법인세수가 739억달러(약 86조원) 더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를 두고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감세가 미국 경제 성장을 견고하게 이끌고 있고 기업 투자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감세가 과도해 기업 세금 감소분이 주주와 기업 임원의 부를 늘리는 데 잘못 쓰이고 있다고 반박했고, 감세 효과가 실제로 기업의 실질적 투자 촉진으로 이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ITEP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이 91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과 스타벅스, 쉐브론, 제너럴모터스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대기업들이 포함됐다.

ITEP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델타항공 등 대기업은 막대한 순익을 내고도 대규모 R&D 세액공제와 부동산·설비투자 공제를 통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과거에 낸 법인세까지 일부 환급받았다. 아마존의 작년 미국 내 소득은 과세 기준 총 108억달러(약 12조6000억원)였지만 각종 공제 혜택이 적용된 결과 최종 실효세율은 -1%였다. 이로 인해 아마존은 오히려 1억2900만달러(약 1504억원)를 환급받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경우 지난해 4억4700만달러(약 5210억7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2억4300만달러(약 2832억7000만원)의 세금 환급을 받으면서 실질 법인세율이 -54.4%였다.

이에 ITEP은 기업이 각종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최저한세(AMT)를 비롯해 기업 임원의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제한하는 보완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최저한세는 각종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적용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말한다.

ITEP은 보고서에서 “의회가 감세법안을 만들면서 세율 인하를 상쇄하기 위해 세금 우대나 허점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새 법안은 이들을 일부 제거하면서 새로운 우대 조치 등을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