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금전보상제도, 기반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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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26 17:57:17

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부당해고에 대해서 금전보상명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온 현실이 드러났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전보상명령 379건 중 비용과 위로금이 추가 반영돼 결정된 건은 단 3건(0.8%)에 불과했다.

금전보상명령제도는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때 사용자에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해당 법은 노사간 신뢰관계가 극도로 훼손된 상태에서 노동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때 구제수단으로 2007년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으로 추진됐다.

노동위원회에서 금전보상명령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임금상당액 이상’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라는 게 본 취지인데 ‘임금상당액’만 지급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근로자의 복직을 대체하는 보상금의 기능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금전보상제도의 운용상의 문제점은 빈번했다. 현재 금전보상명령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 이후 금전보상으로 취지를 번경하고자 할 때 노동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한 부당해고 판정 이후에는 근로자가 금전보상 신청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현행 법률에 따르더라도 부당해고에 대한 위로금을 인정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산정기준이 없어 소극적으로 인정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회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근로자들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금전보상 명령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특히 해당 법안의 개정을 통해 근로자가 분쟁 과정에서 당초 의사와 달리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호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부당해고 금전보상명령 시에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과 별도로 위로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분명히 명시했다. 또한 위로금 지급 기준에 근로자의 근속기간과 연령 등을 고려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부당해고 구제 신청 이후에도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근로자의 의사대로 취지 변경이 가능하다. 더불어 원직복직 명령을 받은 근로자까지도 금전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노동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다.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면 노동위원회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해고의 부당성이 인정되면 사용자에 대하면 원직 복직 명령과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과거에는 근로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했을 시 노동위원회에 원직 복직을 목적으로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부당해고 이후 원직복직을 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원직 복귀를 해도 자신을 부당 해고한 사용자와 같은 작업 공간에서 근무를 하며 더 큰 곤경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 대다수는 금전보상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부당해고 금전보상 명령 제도는 실효성 있게 운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당해고 근로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함은 물론 절차상 불편과 근로관계 단절상태의 장기화를 야기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의 경우 부당해고에 대한 보상금 산정 시 근속 연수, 연령 등을 고려해 근로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재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도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허울뿐인 원직 복직 대신 금전보상명령제도의 기반을 정확히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지영 기자 j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