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규제, 풍선효과 만든단 사실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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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27 00:02:00

이 달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대책인 ‘12·16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대출 규제다. 하반기 지속되던 서울 집값 상승 요인을 ‘투기세력’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재원 조달을 전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이번 대책 발표 이전까지 정부는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무려 17번이나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의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급등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것은 ‘고집을 넘어 아집’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책으로 서울의 거래절벽은 심화되고 전세값이 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규제가 덜하고 주택경기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지역에는 유동자금이 몰려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어딘가에선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2·16대책 이후 경기와 지방에선 그 여파로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전세 값이 폭등이 나타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잠실, 마포, 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전셋값은 1억~2억원 가량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대출과 세금 규제 때문에 매매 수요가 줄어든 대신 관망세가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가 급증, 전셋값을 끌어 올린 것이다.

이른바 잠실 아파트 3인방으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의 전셋값은 대책이 발표된 뒤 이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이들 3개 단지는 지난달에만 해도 전용면적 84㎡형의 전세 값이 8억원 중반~9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10억 5000만~11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불어 비규제지역으로 유동자금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20일 발표한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부산의 외지인 주택 구입 비율이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인 10월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6일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이 늘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제 중과 등의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전체 주택 매매 건수는 1132건으로, 10월(554건)의 2배가 넘었다. 외지인이 사들인 주택은 198건으로 10월(66건)의 3배로 늘었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건수는 이전 7건에서 29건으로 무려 4배로 뛰었다. 외지인의 주택 매입 건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주택에서 외지인이 사들인 비율은 10월 11.9%에서 지난달에는 17.5%로 늘었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집값은 잡지 못했고 시장은 늘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 시장의 환경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벌써부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계속해서 정책 고수를 하려는 것은 그동안의 학습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국민을 상대로 실험을 강행하겠다는 태도와 같다.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정부가 올바른 대책을 간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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