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황창규’ 구현모 손에 KT 운명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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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30 13:38:16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끝나가는 가운데 KT 황창규 회장을 이어 기업을 이끌어갈 후보가 결정됐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 받은 후 차기 회장 후보로 구현모 부문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구 사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구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7년 KT에 입사해 32년 간 진급을 통해 차기 CEO 후보까지 오른 정통 KT맨이다. 앞선 2명의 수장(이석채, 황창규)이 외부 인사였던 만큼, KT 내부에서도 구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현재 KT를 둘러싼 대내외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차 산업 기술 트렌드와 인재를 확보해야 하고, 본격화되는 5G 서비스의 설비 확충·마케팅 비용 등 상승으로 인해 예상되는 실적 부진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KT는 B2C에서 약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2C는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행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로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에 상점을 개설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현재 KT는 해당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이에 고객을 모으고 유지할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미래 성장성만 보면 LG유플러스에 사실상 통신사업자 2위 자리도 뺏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LG는 AI·로봇·자율주행차·전장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았다. 특히 5G를 매개체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KT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5G 콘텐츠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소극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페이스북, 카카오, 넥슨 등과 함께 콘텐츠 협력을 이어가고 있고, LG유플러스의 경우 구글, 카카오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했고,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합병은 내년 4월로 예정돼있다. 이와 달리 KT는 딜라이브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결론이 나질 않고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로써 KT는 유료방송 분야에서도 경쟁사들의 상당한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구 사장은 황창규 리스크도 동시에 안고 가야한다. 구 사장은 황창규 KT회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란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구 사장은 내년 퇴임하는 황 회장과 함께 현재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KT에는 최악의 악수를 둔 셈이다.

KT그룹은 한 때 통신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통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공적자금 소유의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격이나 지배구조만 따지고 보면 공기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KT그룹 이익이 곧 공공의 이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배경이다. 이에 구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반드시 스스로 무죄임을 입증하고 아울러 KT가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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