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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범죄 피의사실은 적극 공표돼야 한다
현 집권세력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헌법재판소장과 달리 헌법 조문에 특별한 임명 조건 규정이 없는 입법미비를 악용해 지방법원장 출신 법관을 대법원장에 임명하자마자 국민 모두가 공화국의 기본 원리인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 원리가 파괴되는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범죄혐의가 뚜렷한 공직자인 조국 사건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집권당과 기타 정당들은 아예 준 사법기관인 검찰의 헌법상 권한도 뺏어가는 위헌적인 공수처 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들은 지금 인내심의 한계치를 가늠하고 있다.
공직자에 대한 범죄는 일반 시민들에 비해 훨씬 엄정하게 다스리는 것이 정상적인 공화국의 법집행이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형 범죄는 수사도 못하게 하고 대통령 등이 나서서 사실상 재판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등 사법부와 법관에게 압력도 노골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불과 3년도 안 돼 민주공화국을 건국한 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인 전체주의 국가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억지 주장이 난무한다.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범죄의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문제이다.
청와대와 여권 의원들은 법무부를 시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전면 금지하는 훈령을 내렸다. 이들은 주장의 근거로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내세운다.
그러나 일반 국민과 달리 공직자의 범죄혐의 피의사실은 공표해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권력형 범죄 피의사실은 적극적으로 공표하고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는 범죄 혐의자인 피의자의 인권보다 국민들의 인권을 우선하여 보호해야 한다. 돈이나 권력을 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수사 단계에서부터 과잉보호받고 처벌받지 않게 되면 나라는 무법 천지에 빠지게 된다. 법질서가 붕괴되면 국민들은 형사상 문제를 국가의 법적 절차에 호소하지 않고 사적 보복으로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법의 지배’ 원리가 부정되는 순간 힘없는 국민들의 인권은 전면 부정당하게 되어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책무는 가해자나 피의자의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나 일반 국민들의 인권을 우선하여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를 실질적으로 세우는 길이다.
둘째, 공직자나 권력형 범죄 등은 내사 및 수사 단계에서부터 권력자와 그 공모자들이 수사기관을 압박하고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해 수사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게 할 위험성이 크다. 범죄혐의 공직자가 자신의 공직을 이용해 증거인멸을 공모할 수 없도록 드러난 사실관계를 수사의 각 단계마다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공직자의 범죄는 일반 국민들의 범죄에 비해 관련자들이 많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모든 공화국의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에게 없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 공직자는 일반 국민과 달리 수사기관 등 국가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할 책임이 있다. 피의자 조국은 아직도 자신의 휴대폰을 제시하지 않았고 자신의 금융 계좌를 열어보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두 공직자의 책무를 저버린 짓이다. 이 정권에서는 최소한의 자질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 고위 공직을 담임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법원이 조국 일당의 휴대폰과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연달아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국민들은 이런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권력에 독립하지 못했거나 법관 일부가 특정 정치적 가치에 편향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잃어 신뢰할 수 없는 사법부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또 권력형 범죄의 관련 참고인들도 공직자의 직위 때문에 장차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수사의 각 단계마다 피의사실을 알려 참고인들의 진술 부담을 덜어줘야 범죄와 비리의 전모를 쉽게 밝힐 수 있다.
셋째, 권력형 범죄의 수사는, 권력자 개인이나 권력집단에게 충성하지 않고 공화국에 충성하는 정상적인 공직자들의 내부고발에 그 성패가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죄 관련 공직자들의 어두운 카르텔을 부수어야 쉽게 진실을 밝힐 수 있다. 관련 공직자들의 내부 고발을 적극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피의사실을 적극 공표해야 한다.
넷째, 선진국 중 법무부 훈령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가 있던가 청와대와 집권 세력들은 피의사실 공표를 전면 금지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밝혀주기 바란다.
언론이 검찰을 취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적인 조치이고 언론의 질의에 응답한 검찰을 징계하는 것도 위헌적 발상이다. 미국은 주요 혐의자에게는 경찰 체포단계에서부터 피의사실과 얼굴 사진을 공개한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훈령, 그것은 세상에 유례가 없는 권력 남용(abuse of power)으로서 지금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의 첫 번째 사유에 해당한다.
피의사실 공표로 인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자는 공직자의 자질이 없으므로 어떤 종류의 공직이든 담임해서는 안 된다.
공수처법은 위헌이다
4+1 협의체는 해괴한 단체이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당시 공수처법 원안이 아니라 집권당이 원내 교섭단체도 아닌 정파들과 야합해 마음대로 내용을 바꾼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에 위배된다. 또 그 법안의 내용 자체도 위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법과대학 스승인 허영 교수는 공수처 법이 위헌인 이유를 진즉에 밝혔다.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법·행정·사법권을 나누고 서로 견제·감시하게 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통치기관의 구성 원리이다. 사법부가 검찰권을 통제하는 것은 그 한 예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는 무관한 대통령을 위한 권력기관이다.
“검찰의 힘을 뺀다고 그보다 더 통제받지 않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인가. 대통령이 조종하는 공수처를 만들어 법관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아 사법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서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제89조 제16호).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이다. 검찰총장은 검사의(제12조 제3항) 총책임자이며 헌법상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책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근거가 없이 검찰 총장보다 상위 수퍼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검찰과 공수처를 함께 두는 것은 정부 조직의 기본 원칙인 효율성과 중복 설치 금지 원칙에 위배한다. 나아가 공무담임권을 갖는 국민이 고위 공직자가 되었다고 일반 국민과는 다르게 정치색 짙은 별도의 기관에서 수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 원칙과도 어긋난다.
“따라서 위헌적인 공수처는 국회에서 더 이상 논의해선 안 된다. 헌법에 근거도 없이 막강한 수사와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려는 것은 설령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위헌성이 소멸하진 않는다.”
더 이상 살필 것 없다. 국회는 당장 위헌적 법률 논의를 중단하라.
공직자의 자질, 국민의 자질
요즘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누가 더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잘 하는지 경연 대회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금방 탄로 날 사실도 일단 부인하거나, ‘기억에 없다는 말’로 모른 체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가족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거나, 말을 교묘하게 돌려 국민들이 혐의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게 분식한다.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실과 양심의 가치가 부정되고 조롱받는다. 공직자가 국민에 대해 가져야 할 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공직자(public servant 혹은 civil servant)는 무엇보다 우선 공중(public)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 헌법 제7조에도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권력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이마르 공화국이 나치 일당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후 전체 주의자들이 집권해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 바람에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던 독일은 전후 연방 기본법(즉 헌법)을 제정하면서 세계 최초로 ‘방어적 민주주의’(streibare Demokratie) 개념을 도입했다.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적 선구자 칼 뢰벤시타인(Karl Loewenstein)은 단순히 민주적 헌법을 가졌다고 공화정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합법성(legality)을 적극 활용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실수라 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등에 힘입어 집권하며 민주주의는 반민주주의적인 정당이라도 외견상 합법성을 갖춘 한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의 파시스트 결사와 정당, 전체주의 정치조직들이 외견상 법치주의 원리에 충실한 채로 남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반역의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향유하며 합법적인 정치적 비판을 가장한다는 점, 선전의 수단으로 선거를 활용한다는 점”을 전체주의자 나치의 정치활동의 특성으로 언급했다.
바로 우리나라의 386 주사파 도당들의 활동 행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공화정을 내부로부터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나치당이나 공산당 등 전체 주의자들의 정치 술책을 방어하기 위해 독일 기본법에는 기본권 실효 조항을 뒀다. 의사표현의 자유, 특히 출판의 자유(제5조 제1항), 결사의 자유(제9조), 서신 우편 전신의 비밀(제10조), 재산권(제14조), 망명권(제16a조) 등과 관련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공격을 위해 남용하는 자에게는 이 기본권이 실효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독일 헌법재판소는 나치당의 후손격인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KPD)의 해산 판결을 했다. 동시에 소속의원의 연방의회, 주의회 등 의원직을 상실시켰다. 이후 동방정책으로 유명한 독일 사민당의 브란트(Billy Brandt) 수상은 주지사들과 협의를 거쳐 ‘급진주의자명령’을 내렸는데 그것은 ‘헌법 적대적인 조직의 구성원들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령이었다. (김종현, 방어적 민주주의 제2장)
헌법 수호의지가 없는 사람이 공무를 담임해선 안 된다. 또 국민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기 위해 자유권을 남용하는 세력들을 대의자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값은 정부의 값’이라는 유명한 자유주의자의 경구가 있다.
공직자는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고 국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자와 헌법질서를 수호할 자를 선별할 책임이 있다. 전체주의 세력을 축출하여 이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고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낼 책임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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