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살 당하는 로힝야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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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살 당하는 로힝야족의 눈물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임보련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31 01:22:03

12월 2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는 로힝야족을 포함한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미얀마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전체 193개 회원국 중 ▲찬성 134표 ▲반대 9표 ▲기권 28표로 가결했다.

유엔은 이번 결의에서 국제조사단의 보고를 인용해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의 인권탄압을 중범죄라고 비판하며 증오 선동을 막을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에는 ▲로힝야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에 대한 무국적 상태 및 차별 제거 ▲라카인주의 로힝야 집단 거주지 폐쇄 ▲로힝야족을 비롯한 난민의 안전 귀환에 필요한 환경 조성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미얀마 측은 “유엔 결의는 정치적 압박”이며 “사태 해결을 위한 미얀마의 자체 노력을 국제 사회가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미얀마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것과는 달리 수니파 무슬림으로 미얀마의 13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미얀마에서 불법 체류자로 취급돼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

로힝야족은 현재 1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며 1885년 영국이 미얀마를 식민 지배하던 당시 방글라데시에서 유입된 이주민들의 후손이다. 영국은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결코 섞일 수 없었던 로힝야족과 토착민이었던 버마(미얀마)족을 차별하기 시작하면서 두 민족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영국은 버마족으로부터 빼앗은 농경지를 로힝야족에게 경영을 맡겨 로힝야족을 준지배 계층으로 대우해준 반면 버마족은 천대했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로힝야족은 영국 편을, 버마족은 일본을 지원에 나서면서 적대 관계가 되었다.

이후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이 시작됐다. 미얀마 군부는 “1982년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였음을 입증한 소수민족에게만 국적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시민권법을 개정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했으며, 교육 및 이주, 결혼, 출산 등을 제한했다. 소수민족으로서 인정은커녕 불법 체류자로 간주된 로힝야족은 국민으로서 그 어떠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미얀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2017년 8월 25일 로힝야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미얀마 정부군 초소를 두 차례에 걸쳐 공격하자 미얀마 군부는 대응한다며, 로힝야족 민간인들을 상대로 성폭행, 방화 등 학살(genocide)을 자행한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의 로힝야족이 사망했고 약 74만명은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난민으로 전락한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에서 준비한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로힝야족을 두고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월 10일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피의자 신분으로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로힝야족 종족 말살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미얀마에서 국부로 존경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지 고문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으며, 이로 인해 1989년 미얀마 군부에 의해 약 15년간 가택연금에 처하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받은 그는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대외적인 모습과 달리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을 침묵하거나 “로힝야족 학살 주장은 조작된 가짜뉴스”라며 미얀마 군부를 옹호하고 나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이날 수지 고문은 “미얀마군이 국제인도법을 무시하고 부적절한 힘을 사용한 일부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인종 학살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군부의 작전은 로힝야 반군의 공격에 대한 대테러 차원의 불가피한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정치적 지지를 위해 인권 학살을 외면하는 민주화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인 그의 모순된 행동에 국제엠네스티는 양심대사상을 철회했고 광주 인권상, 엘리 위젤상 등 수지 고문이 수상했던 많은 상과 명예 시민권이 박탈당했다.

미얀마 정부의 인종 청소를 피해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는 물론 태국이나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인근 국가로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입되는 난민의 수가 급등하면서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들의 수용을 거부해 바다를 떠도는 보트피플(Boat People)이 됐다.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둘러싸고 이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는 하루 빨리 중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어, 문화,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로힝야족의 인종 학살을 자행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미얀마 정부와 수지 고문의 행동은 참으로 표리부동하다. 로힝야족을 향한 탄압이 하루라도 빨리 중단돼, 무사히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더는 이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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