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쥐어짜기, 배민 신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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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 쥐어짜기, 배민 신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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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07 01:02:03

과거와 달리 최근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말이 그리 낯설지 않다. 대기업 뿐 아니라 웬만한 중소기업이라도 경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지역 또는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내세우고 착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및 홍보 전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SG 경영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ESG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다. 말그대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봉사활동을 독려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걸 의미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표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니라 착한 기업,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기업을 평가할 때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ESG 평가지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의 생존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사회공헌과 윤리경영이 필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배달 시장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배민)이 배달원 쥐어짜기 논란에 휩싸여 비판을 받고 있다. 배민이 마음대로 배달료를 인하하거나 부당한 쪼개기 계약을 맺는 등 배달원에게 부당처우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배민이 수수료나 렌트비 등 근무 환경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바람에 배달원들 사이에선 ‘우리가 실험용 쥐’라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앞서 배민은 라이더(배달원) 계약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축소한 데 이어 수수료 프로모션 금액 변경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무조건 개정 사항을 지난달 초 라이더들에게 공지했다. 변경된 계약기간은 매달 자동 갱신을 전제로 하지만 귀책사유가 발생할 경우 하루 전에도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배달원 입장에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추가 수수료 성격의 프로모션 비용도 매달 기준을 책정하는 방식에서 전날 통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사전 논의도 없었고 수수료 책정 기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불규칙한 배달원들의 수입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배달원들이 적지 않다.

배민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배달노동자들의 노고가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게 터져나온 배달원들의 부당처우 문제는 개선이 시급하다. 더욱이 국내 배달앱 생태계를 독일 업체 DH가 독점했다는 점에서 배달원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마냥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배달앱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배민이 ESG 경영을 통해 착한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