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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문제로 시끄러운 한진가(家)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좋게 이끌라”는 선친의 유훈에도 불구하고 가족 간 다툼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앞선 주주총회서 연임을 결정지어야 하지만 주요 주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조 회장의 가족들과 KCGI, 반도그룹 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행방을 달리할 수 있다.
8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6.52%를 소유하고 있다.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지분과 상속받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4%)을 가족들과 나눠 가진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 외 조양호 전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31%의 한진칼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각각 6.49%, 6.4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진칼 최대주주는 일명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17.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KCGI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15.9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늘려왔다. KCGI는 확보한 지분을 토대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이 밖에 델타항공이 10%의 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로 있다. 반도그룹은 계열사 대호개발을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6.28%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상태며 투자업계 등은 현재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이 8~9%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한데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주요 주주들이 지분을 골고루 나눠가진 상태다 보니 한진그룹의 경영권 행방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력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서 한진그룹은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자칫하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고 계열사가 분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조 회장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도 해 부담은 무게를 더한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가족 간의 협력으로 풀이된다. 본인의 지분에 어머니, 누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24.79%의 지분율을 확보한다. 여기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28.94%까지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델타항공이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점도 조 회장으로썬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도그룹도 표면적으론 조 회장 쪽 세력으로 해석돼 일단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협력관계가 온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조 회장의 부담은 커져만 가는 분위기다. 먼저 조 회장 일가는 지난해 말 일종의 소동을 벌이며 가족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렸다. 이후 함께 사과문을 발표하며 신년사를 통해서도 화합을 강조하며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적인 시선이다.
과거부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고 이명희 전 이사장도 여기에 동조해 조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벌어진 일종의 소동도 여기서 비롯됐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 조현민 전무 혹은 반도그룹이나 KCGI 등을 끌어들인다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시킬 수도 있다.
다른 이해당사자와 힘을 합치지 않더라도 조 전 부사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계열사 분리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게 경영권이 집중된 점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자신이 원하는 호텔 경영권 등을 분리시킬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도 조 전 부사장에 힘을 보태고 있어 가능성이 없지 않다.
KCGI의 존재는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독보적인 1대주주로 있는 KCGI는 최근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압박에 나서고 있다. 예년과 같이 다음 주총에서도 조 회장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KCGI의 지분은 조 회장과 그의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의 지분율을 합친 것보다도 많기 때문에 조 회장으로썬 친인척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도그룹이 일종의 ‘캐스팅 보드’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그룹은 아직까진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 왔다”는 입장만을 내놓은 체 경영권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상태다. 그러나 3월 주총에서는 좋든 싫은 특정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 측이나 조 전 부사장, 이 전 이사장 측 등은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그룹 측과 물밑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델타항공과 조현민 전무 등도 파격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다음 한진칼 주총을 향한 이해당사자들의 ‘눈치 싸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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