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친 식약처의 저작권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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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식약처의 저작권 인식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유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20 00:02:34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일본 유명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과 유사한 ‘식약애몽’ 캐릭터를 만들어 이를 홍보물 자료에 사용했다가 비판을 받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지난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가 일본 캐릭터를 사용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받은 것이다.

해당 게시물에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식약처는 해당 게시글을 곧바로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 소식은 바로 일본 현지 방송에 소개됐다. 국가 망신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가기관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 셈이다.

앞서 식약처는 새해를 맞이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중국과 일본이 새해 첫날 음식을 알려주는 포스팅 글을 게시했다. 이 포스팅은 새해 떡국을 먹는 우리나라 음식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새해 음식을 알리려는 의도를 담았다.

하지만 문제는 포스팅에 사용된 ‘식약애몽’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논란이 확산됐다. 이 캐릭터가 후지코 F. 후지오 작가가 만든 일본 만화의 유명 캐릭터 ‘도라에몽’을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게시글에 적혀있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문’은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어디로든 문’을 연상하게 한다. ‘어디로든 문’은 도라에몽 작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로 유명하다.

특히 ‘식약애몽’이 ‘도라에몽’ 캐릭터와 유사해 표절이나 상표원·디자인권 등에 대한 침해로 오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저작권 준수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정부부처가 패러디 캐릭터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깊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좋지 않은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지속되며 일본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정부부처가 굳이 일본 만화 캐릭터를 패러디했어야 했냐는 지적들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 온라인 대변인은 “올해가 하얀 쥐의 해이므로 해당 콘텐츠를 소개하는 캐릭터로 도라에몽이 원래 ‘고양이 로봇’이라는 설정이 있어 이것을 쥐로 변용하는 것이 패러디로서의 요소를 갖추었으며 고양이가 쥐로 변한다는 아이디어가 도라에몽을 아시는 분들께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패러디 디자인으로 하려던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였지만 일본 캐릭터였다는 점과 복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재밌는 포스팅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현재 한일갈등이 계속되며 일본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예민한 시기에 일본 만화 캐릭터를 사용한 것은 올바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정부 기관은 대한민국의 중심 기관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앞으로는 식약처만의 개성 있고 특색 있는 홍보 글로 유익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길 바라본다.

[이유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유진 y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