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향한 전혀 다른 두 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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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17 00:02:04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노숙 단식 시위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탈북민 4명을 포함해 5명의 사람들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청사 앞에 작은 텐트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릴레이 단식하며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한겨울 차디찬 거리에서 단식을 선언하며 농성에 나선 데에는 두 가지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과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못할 뻔했던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이다.

지난해 7월말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모자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망한 지 두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발견됐으며 그것도 아사로 추정되는 죽음이었다. 탈북민들이 분노하는 건 굶주림을 피해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굶주려 죽음에 이르는 동안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과 정부가 아사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해 11월 초 정부는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은 정부가 어민이라고만 밝힌 20대 북한 남성들로 오징어잡이 배로 조업 도중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들의 강제 송환 사실이 알려진 것은 당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언론사가 촬영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였다. 기자가 우연히 포착하지 않았다면 과연 정부가 공개했을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노출된 후에야 정부는 긴급 브리핑을 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로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귀순 의사를 표했으나 통일부는 그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탈북민들은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모임(남북함께)’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정부가 북한 어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북송했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탈북민 강제북송하여 김정은에게 상납하는 통일부는 해산하라” “2명의 탈북청년 강제 북송 진상 규명하라” “(아사한) 고 한성옥 재발방지 대책 제시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내걸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탈북민 중에는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북에 있는 가족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는 많지 않아 보였다.

탈북민의 외침이 일부나마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4일 종로구청이 단식농성하고 있던 이들의 텐트를 강제 철거하면서였다. 이에 반발해 자해를 시도하던 탈북민 이 씨가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다음날에는 탈북민들이 다시 세운 텐트를 종로구청이 또 강제철거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다른 탈북민 김 씨가 경찰서에 연행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탈북민의 단식 농성이 일부 국내·외 언론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씨의 자해 시도를 두고 그가 “종로구청 관계자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흉기와 둔기를 휘둘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남북함께’ 측은 “(구청 관계자들이) 텐트를 철거하려 하자 이 씨가 휘발유를 텐트 안에 부었고 경찰에 잡히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느냐’면서 자해를 시도한 칼이 작업을 하려던 자그마한 칼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설명이다. 이 속에서 진실은 찾으려 하는 자의 몫으로 남는다.

강제북송된 북한 어민들이 저질렀다는 16명의 동료 선원 살인 사건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16명이 차례로 살해되길 기다렸단 얘기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작 15m 정도 길이의 배에서 2명이 16명을 차례로 살해했다는 스토리는 아무래도 엽기적으로 들린다.

탈북민들이 신변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은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누리고 있는 자유를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한에 대한 사랑은 탈북민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탈북민을 대하는 자세나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태도로 보아 그 사랑이 북한 주민들을 향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지난 15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세대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쌓아 올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경제, 외교, 국방, 민생, 교육 정책의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교모 교수들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현실에 눈감은 일방적인 북한 짝사랑”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북한 짝사랑은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정권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탈북민의 사랑과 대척점에 서 있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