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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군주 근초고왕의 실상’ 세 번째이다. 근초고왕은 신라를 제외한 한반도 남쪽 지역 전체에 걸쳐 백제의 지배력을 강화했다.지금의 전라도에 해당하는 서남부 지방의 마한연맹을 복속하고, 동남부 지방의 가야에까지 진출하여 영향력을 확대한다. 이는 근초고왕이 정복 군주 타이틀을 갖게 된 가장 큰 근거가 된다.
목라근자의 삼한정벌 전모
일본 역사학자들이 ‘역사의 신(神)’으로 떠받드는 기록이 <일본서기> 신공 황후기에 나온다. 4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방을 정벌했다는 소위 ‘신공왕후 삼한정벌론’의 핵심기록이다. 참고로 신공(神功)왕후는 일본 고대국가 야마토(大倭)의 실질 시조인 응신(應神)왕(15대)의 어머니이다. 추호(追號-사후 출신지 및 관직명에 부여된 이름)는 기장족희(氣長足姬)이다.氣長(기장)은 경남 양산 기장(機張)과 같다. 족(足)은 고대어 벌(伐)이다.(양주동 해석) 따라서 기장족희(氣長足姬)는 ‘기장벌(機張伐)의 여인(姬)’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신공왕후는 한반도(임나) 출신이다.
때는 369년, 근초고왕 24년에 해당한다. 백제장수 목라근자(木羅斤資)가 등장한다. 걸출한 전쟁영웅이다. 목라근자는 먼저 경상도 남해안에 진출하여 가야 7국을 평정(平定)한다. 비자발(경남창녕), 남가라(경남김해), 녹국(경남영산), 안라(경남함안), 다라(경남합천), 탁순(경남창원), 가라(경남고령) 등이다.
이어 목라근자는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고혜진(전남강진)에 상륙하여 침미다례를 도륙(屠戮)낸다. 침미다례는 영상강유역(전남)의 20개 마한연맹 왕국인 신미제국이다. 이어 목라근자는 북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이때 비리(전북옥구), 벽중(전북김제), 포미(정북정읍), 지반(전북부안), 고사(정북고부) 등 전북지역 마한 5개 소국이 목라근자의 위용에 눌려 항복(降伏)한다.
이 시기 근초고왕이 아들 근구수 태자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온다. 목라근자와 근초고왕 부자는 의류촌(전북부안-주류성)에 만나 두터운 예를 쌓는다. 이후 근초고왕 부자는 왜신(倭臣) 천웅장언(天熊長彦)과 함께 벽지산(전북김제-모악산)과 고사산(전북고부-두승산)에 올라 연거푸 맹세한다. 여기까지가 백제장수 목라근자의 삼한정벌 전모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해석하는 한·일사학계의 시각은 정반대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백제장수 목라근자를 보내 삼한정벌을 단행한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이다. 일본학자는 야마토(大倭) 신공왕후로 보고, 한국학자는 백제 근초고왕으로 본다. 기존 ‘신공왕후 삼한정벌론’에 대응하는 새로운 해석의‘근초고왕 삼한정벌론’이다. 상반된 시각은 한·일 사학계가 쉬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평행선이다. 특히 이 문제는 한·일 고대사의 최대 쟁점이다. 그럼에도 상반된 해석이 적정한지는 의문이다.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삼한정벌의 새로운 해석
먼저 목라근자의 출신이다. <일본서기>는 분명히 ‘백제장수[木羅斤資者百濟將也]’로 기록한다. 참고로 목라근자 후손은 일본 야마토에 귀화하여 소아(蘇我-소가)씨의 성을 하사받으며 이후 6대에 걸쳐 일본정계를 쥐락펴락한다. 이때 목라근자 이름은 소아석천(蘇我石川)으로 변경하여 소급 적용한다. <일본서기>에 소아석천의 고향이 나온다. 백제 대목악(大木岳)이다. 지금의 충남 천안시 목천이다. 대목악은 바로 목씨의 발원지이다. 목라근자 출신지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지적한다. 당시 충남 천안은 한성백제 지배영역이 아니다. 충남 공주(거발성)에 기반을 둔 부여백제 영역이다. 따라서 목라근자는 한성백제 근초고왕의 장수가 될 수 없다. 부여백제 여구왕의 장수이다.
다음은 삼한정벌에 참가하는 근초고왕의 행적이다. 근초고왕은 목라근자가 삼한정벌을 단행한 그해(369년) 고구려 고국원왕과 수곡성(황해신계)과 치양성(황해배천)에서 전투 중이다. 물론 당시 부여백제 여구왕은 막고해를 보내 근초고왕과 연합전선을 펴서 두 곳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다. 그리고 근초고왕은 부여 백제 장병들과 전리품을 나눈 뒤 곧바로 남쪽으로 내려와 뒤늦게 목라근자 군대에 합류한다. 이는삼한정벌에 임하는 근초고왕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초고왕은 삼한정벌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다.
마지막으로 삼한정벌이 완료된 직후 근초고왕이 벽지산과 고사산에 올라 맹세한 부분이다.<일본서기>는 근초고왕의 맹세대상을 신공왕후로 설명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근초고왕의 맹세대상은 신공왕후가 아니라 부여백제 여구왕이다.
여구왕은 삼한정벌이 완료될 즈음 근초고왕을 불러들여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맹세를 받는다. “봐라! 짐이 삼한 땅을 정벌하여 진정한 주인이 되었으니, 너희 한성백제는 짐의 속국으로 그 소임을 다하라.” 근초고왕의 맹세는 부여백제에 대한 일종의 항복조인식이다.
삼한정벌의 주체는 부여백제
목라근자의 삼한정벌은 근초고왕의 작품이 아니다. 근초고왕은 단지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얹은, 말 그대로 손님이다. 이는 <삼국사기>가 부여백제 존재를 아예 삭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 이유로 같은 시기 활동한 근초고왕의 업적에 모두를 포함시키는 어정쩡한 해석이 만들어진다.
또한 <일본서기>가 삼한정벌을 주도한 주체를 신공왕후로 설정한 것도 잘못이다. 그럼에도 <일본서기> 삼한정벌 기록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 시기 <일본서기> 한반도 기록은 모두 부여 백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훗날 부여 백제는 고구려 광개토왕에게 처참히 깨져 일본열도 망명하며 야마토(일본열도 부여 기마족)로 재탄생한다. 그런 이유로 부여 백제의 한반도 역사는 야마토의 일본 열도 역사로 재구성된다. 바로 <일본서기> 기록이다.
목라근자의 삼한정벌 이후의 부여 백제 한반도강역이 <일본서기>에 구체적으로 나온다. 곡나(충북), 지침(충남), 현남(전북), 침미다례(전남), 동한(경남) 등이다. 이 중 곡나와 지침은 원래의 부여 백제 영역이며, 현남과 침미다례 그리고 동한은 목라근자가 추가적으로 정벌하여 확보한 지역이다. 목라근자의 삼한정벌의 주체는 부여백제(한반도 부여기마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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