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 먼 보험사 영업 관행, 바뀌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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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 보험

재무설계 기본은 현실적인 자금 설정…소비자보호 합리적 영업문화 정착돼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1-28 19:00:58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 출퇴근을 목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여러가지 고민을 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인 고려대상은 우선 자금이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자동차 구매 비용을 생각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가장 목적에 부합되는 형태의 차량을 선택할 것이다. 소형·중형·대형으로 구분 짓고 세단을 구매할지 SUV를 구매할지 고민하는 식이다. 하지만 당장의 구매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할지라도 차량 유지에 소비되는 지출항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유지비용에 대한 부분도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평상 시 지출한도를 고려하여 최종결정한다.

그렇다. 자동차 하나를 구매해도 우리는 자금이라는 부분만 놓고도 적잖은 것들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의 사회초년생들이 차량을 구매한다면 1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 초반대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자금은 절대 간과해선 안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보험은 어떤가. 매월 납입하는 금액이 10만원 내외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보통 20년 내외의 납입기간이 설정된다면 전체적인 자금은 승용차 한 대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보험은 현실에선 대부분 10만원 내외로 가입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다수 보험설계사가 실적위주 영업을 하고 있다보니 소비자의 자금에 대한 부분은 뒷전이 된다. 사실 보험은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필수품이기에 이 정도는 가입해야 한다는 이론은 절대 말해서도 강조해서도 안 된다. 자금여력이 안되면 자동차가 필수인 시대지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을 조금 늦출 수 있는 것처럼 보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보험이 필요한 건 맞지만 가입하는 소비자의 미래를 어느 정도 감안하여 보험에 소비하는 자금을 현실적으로 설정해주고, 부담스럽지 않게 보험을 준비할 것을 안내해주어야 하는 것이 재무설계의 기본이다. 그래서 실손의료보험(이하 의료실비)만이라도 가입하라고 얘기를 해주는 것인데 의료실비만 가입시켜서는 보험설계사의 수익이 창출이 되질 않다 보니 자금여력이 되질 않아도 본인의 실적과 수입을 따져 획일적인 기준에서 보험가입을 시키는 것이 현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 결과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바뀌기 쉽지 않다.

보험은 장기 지출이다. 아무리 좋은 보험을 가입시켜도 내가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고급 외제차가 좋다고 무조건 구매하는 법은 없다. 유지할 비용이 없어 주차장에 세워만 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도 결국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보험설계사들이 이론보다 현실을 좀 더 바라보고 상담을 진행해준다면 무용지물 보험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바뀔 수 있다. 재무설계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험설계사는 자산증식을 위해 투자처를 제안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모을 수 있으며 연령대에 따라 또는 결혼 유무 및 자녀 출산등에 따른 변수에 맞게 어떠한 과정을 생각해야 하는지 설정해주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도와주고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다. 그 중 보험에 대한 역할을 정확히 짚어주고 말해주면 된다. 그런데 계속해서 눈앞의 실적과 수입을 쫓는 영업방식으로만 살아남으려고 하니 바뀌는 것이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미래를 논해주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정작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지 못하는 ‘웃픈’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관행, 관례라고 하며 기존의 보험영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소비자를 마주해온 결과 시대는 변하였지만 보험시장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보험을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한 보험유투버가 한 말이 있다. “보험설계사가 재무설계를 해준다고 접근하면 그것은 XX다.”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며 욕설까지 섞어 거칠게 얘기하였다. 분명 모두는 아닐 텐데 대부분 그렇다 보니 직설적으로 지적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씁쓸하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과거부터 해오는 실적위주의 영업방식을 답습하기 보다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험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재무설계와 보험설계 사이의 벽을 허물고 전문인으로서 자리를 잡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희생 없이는 절대 희망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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