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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 경적을 힘차게 울리며 출발 신호를 넣었다. 칙칙거리는 기관차의 굉음이 여느 때와 다르다. 우아하지 않고 산뜻하지는 못해도 자못 크고 웅장한 들어보지 못한 경적소리다.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으로 웅성거리며 올라탄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달라진 비장함이 묻어난다.
중도층을 끌어안는 보수의 큰 그림이 실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혁통위)가 대국민 보고대회를 시작으로 새로운 정치적 전선을 세웠다. 253개에 달하는 시민단체와 범보수 연합 95개 등 무려 500개 단체가 일괄 탑승해 운전을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더 이상 각개전투를 하지 않겠다며 합류한 보수의 선봉대 격 인사들이 꽤 포진해 있다.
서로 다른 싸움의 방식 때문에 제각기 달랐던 길을 혁통위가 그린 하나의 설계 아래로 마음을 다잡은 이유들에는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초심들이 어리거나 실렸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빅텐트에서 만큼은 분파된 목소리를 자제하고 하나의 전선으로 대오를 꾸리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4·15 총선을 향해 가는 이들 보수통합 열차의 고비고비 역마다 탑승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있다. 30~40%에 이르는 중도 민심이 그들이다. 이들은 벌써 보수통합 열차가 정차할 역사(驛舍) 안에는 들어와 있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티켓팅을 미룬 채 기다린다. 중도민심을 포용하기 시작한 보수통합 열차의 출발은 그런 의미에서 예의 가장 큰 총선변수로 떠올랐다.
신중 모드인 국민들이 새로운 국민통합에 합류할지 말지는 새로 출범할 신당의 향후 발걸음에 달렸다. 실제로 국가를 운영할 국민통합의 운전능력이 얼마 안 있으면 드러난다. 그 새로운 길로 가는 매 순간 역경이 기회로 만들어진다면 탑승할 국민들의 수가 많아진다.
중도 민심의 눈은 그래서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결단의 길을 비춰주는 전조등이기도 하다. 보수통합 신당이 이들의 예리한 눈을 피해가려 하면 안 된다. 중도 민심의 매서운 비판적 눈매가 향할 곳은 정치 모리배(謀利輩)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리배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謀) 자신의 이익만을(利) 추구하는 정치꾼들(輩)이다. 한마디로 현란한 수사로 장막을 치면서 국민과 국가는 뒷전에 둔 야바위꾼들이다.
중도 민심이 보는 이들 모리배들을 먼저 솎아내고 자성하는 일을 보수통합 신당이 선제적으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전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 온 보수의 각개 전선은 중도층의 의구심을 자아냈다는 뜻이다.
이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는 한 보수통합 열차에 새로 탑승할 국민이 많지 않다. 따라서 중도 민심이 보고 있는 정치꾼 모리배들이 어디에 어떤 식으로 숨어 있는지를 똑똑히 목도해야 한다. 정치꾼들은 같은 부류의 모리배 눈으로 보이지 않고 보인다고 해도 퇴출시키기 어렵다. 반면 중도 민심의 편에서 헤아리고자 한다면 빅텐트에 운명을 맡긴 지혜로운 눈을 얻는다.
우리 정치판에는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못된 군상들이 있다는 점이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이들이 여지없이 나타나 너나없이 주연배우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같이 주연감이 아니지만 주연배우인 냥 하는 그 본색들이 참 가관이다. 현란하기 그지없는 대사들만 보면 하나같이 대한민국의 구세주다.
모리배는 정치셈법에 능한 자칭 정치 선수들이 꼽힌다. 이들은 그것이 정치를 좀 한다하는 능력으로 여긴다. 이권 나눠먹기, 패거리 문화, 공천 또는 지분 야합 등 모두 국민·국가에 반하는 협잡에 기반한 행위들이지만 속칭 ‘여의도 능력’으로 치부된다. 이 같은 그들만의 리그는 중도민심이 가장 혐오하고 있다. 당연히 퇴출대상 1순위다.
최근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든 종교계 아스팔트 지도자 전광훈 목사도 한 유투브 방송에 나와 모리배식 정치를 마치 능력 있는 정치인 것처럼 자랑삼아 말하면서 황교안 대표가 그것을 못해 창당한다고 합리화 했다. 나아가 정당을 창당해야 한국당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지분 나누기 식 말은 국민과 국가는 뒷전에 둔 채 그동안 감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행동이다.
이는 공천지분 싸움을 잘 벌이는 것이 탁월한 정치인으로 치부되는 기성 정치권의 구태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여기에 분열적 창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향후 보수후보 단일화를 위한 통합의 결단이라고 했다. 궤변이다. 그리고 자기중심의 탐심이다. 기존 군소정당들이 제1야당 한국당과 당대당 협상을 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위기에 처한 탄핵프레임 약점을 이용한 치졸한 행태였다.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중도 민심이 퇴출대상 1순위로 보는 또 다른 모리배식 정치는 이권 개입에 본능적인 하이에나 같은 행동들이다. 이들은 외견상 순수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듯 행동하지만 두 얼굴의 모리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은 이권에 따라 수시로 다른 뒷문을 들락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4+1 등의 이상한 협의체를 통해 여야를 넘나들기까지 하고 있다.
사욕에 꽉 찬 정치권 줄대기 불나방들도 중도 민심이 퇴출대상으로 응시하고 있는 여의도 철새들이다. 이들은 선거철만 되면 여지없이 날아든다. 유독 보수당 쪽에 많이 날아들지만 진보 쪽에도 적지 않은 철새들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이들 모리배들은 공천지분을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움직인다. 틈만 나면 그 명령이 어디서 나오는지 촉수를 세우고 다니며 갈아타기를 반복하면서 여기저기 발을 담그는 것을 예삿일로 한다. 이 모리배들을 잘 선별해 솎아내지 못하면 보수통합 신당은 잘 달린다고 해도 끝내 탈선을 피하지 못한다.
중도 민심을 잡는다면서 합리 또는 실용 등을 내세운 회색지대의 모리배들도 퇴출 1순위다. 이들의 정치 셈법은 가장 이상적인 듯 하지만 가장 비현실적을 꿈을 늘 그린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비현실적인 꿈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면 바로 돌아서기를 또한 주저하지 않는다. 실로 무책임한 인사들이다.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 없고 정치권력 탐심이 가득한 것을 그들 스스로 잘 모르는 바보가 아니냐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한다.
종합하면 보수통합 신당은 고도의 정치역학 속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만 바라보는 신심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길을 뚜벅이처럼 가야 한다. 그 상식 위에서 분탕질하며 노는 것이 능력이라는 기성 정치문화를 뿌리부터 쳐낼 기회를 그 때 얻는다. 여의도 정치에서 퇴출해야 할 1순위 모리배들에게 이런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보수통합 승리의 키를 쥔 중도 민심을 통합열차에 태우기 어렵다.
아울러 중도 민심을 지역으로 보면 충청권이 꼽힌다. 여의도는 충청도를 간간히 멍청도 표심으로 간주하는 실수를 곧잘 범한다. 지금이 딱 그와 같다. 충청도 표심을 중도 민심의 핵으로 간주하면 전국적인 중도 민심을 끌 방안이 보인다. 작금의 보-혁 간 세싸움이 영-호남 전선으로 계속 국한되다보니 중도 근간인 충청권이 홀대받고 있음을 유념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정치는 중도가 금물이지만 국민은 중도가 민심이라고 했다. 정치적 중도는 잔수·잔꾀이고 국민적 중도는 민심·천심이다. 같은 중도라고 해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이를 보는 지혜가 국민통합정당 열차를 운전하는 기본이다.
정치적 중도를 가면 중도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은 순진하기 그지없는 착각이란 것이다. 분열된 국민을 두루 아울러야 한다. 보수통합 신당은 그 중심에 있는 천심인 중도 국민을 태우기 위해 언급한 퇴출 1순위들에 대한 면도날 같은 정치개혁을 단호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사분오열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해 총선을 넘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닦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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