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경영실패’ 내세운 조원태, 호텔·레저 정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재벌·대기업

‘적자 늪’ 송현동 땅·제주 호텔 부지 등 매각…재무개선·조현아 경영실패 부각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09 12:45:27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진빌딩. ⓒ스카이데일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적자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호텔·레저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호텔·레저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키워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외적으로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실패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6일엔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어 송현동 부지와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상 그룹 내 호텔·레저 사업 전면 개편에 나선 셈이다.

한진칼은 호텔 사업을 정리하는 명분으로 실적 악화를 지목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이 그룹내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하는 것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 상대인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이 호텔·레저 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한 건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호텔·레저 사업들을 일제히 구조조정 목록에 올린 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 부족을 집중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회사 경영에 참여했을 때부터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주로 호텔과 레저 사업 부문에서 일했다. 2018년 3월 경영복귀를 시도했을 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자리를 택했다. 호텔·레저 사업에 큰 애착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 소속 홍용호 변호사는 호텔·레저 사업 구조개편안 등에 대해 “회사를 변화시키려는 진정성이 없다”며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급조한 대책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번 한진칼 이사회 의결 사항은 조 전 부사장과 반(反) 조원태 진영인 조현아·반도건설·KCGI 연합을 약화시키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한진칼 3대 주주인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활용한 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반도건설에 대한 경고성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 조원태 연합의 일원이 한진칼 2대 주주 KCGI에는 유화적 입장을 취했다. KCGI는 그동안 줄곧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등을 지적하며 송현동 부지 및 수익성 낮은 사업 매각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호텔 사업 개편을 통해 반 조원태 연합 약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칼은 이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던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인에게 개방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진그룹 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조원태 회장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한진칼 대표이사직은 유지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한진칼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그룹 내 저수익 자산 및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핵심사업인 수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진 소유 부동산과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 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도 매각을 검토할 방침이다.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를 확대하고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제휴 폭을 넓히기로 했다.

물류사업은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다.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 육성하며,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쓸 방침이다.

이 밖에도 한진그룹은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갖고 있는 전문 사업 영역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한항공 IT 부문과 함께 한진정보통신, 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사의 ICT 사업은 효율성과 시너지를 확대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 나가기로 결정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