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대하는 정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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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대하는 정부의 두 얼굴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하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19 00:02:19

지난 4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황교안 지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다”며 그가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를 지원했다고 언급하며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며 “중국에 대한 마스크 지원은 민간 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일이다. 정부는 전세기로 전달을 돕는 일만 했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전한 물량은 200만개 목표 가운데 1차분인 12만개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보다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와 혐오 조장을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논란이 된 ‘300만 마스크 지원’을 주도한 우한대 한국총동문회에서 마스크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간부 A씨와의 통화 내용을 기사로 내보냈다.

A씨는 우한에 사는 동문 선배의 요청으로 성금이 모금되고 마스크 지원이 진행된 것이라고 전말을 전했다. 그는 “마스크를 보내려니 정작 우한행 항공 노선이 모두 폐쇄된 상태였다”며 “그래서 우한대 한국 총동문회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게 ‘우한 교민을 실으러 가는 전세기 편에 마스크를 보낼 수 있냐’고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외교부 사무관과 전화 협의로 전세기에 마스크를 실어가는 것이 결정됐다고 한다.

그는 “준비한 우리가 (300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참 순진한 것 같다”며 “마스크 가격이 올라 준비한 물량이 모자라자 외교부 측에서 이미 보도 자료에 300만개로 나갔으니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물량을 맞춰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까지 전세기로 보낸 물량도 150만장이었다고 기사는 보도했다.

A씨는 “외교부가 먼저 보도 자료에 (마스크 지원은) 민·관이 하는 것이라고 써도 되냐고 했다”며 “동문회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려 한 건데 (정부가) 보도 자료를 내놓고는 감당을 못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가 나가자 외교부는 “우한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 측에서 지원 계획을 알리며 수송 협조 요청을 해온 데 대해 정부가 민관 합동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며 “현재 해당 단체에서 지원한 마스크 160만개가 수송됐으며 해당 단체가 향후 가능한대로 의료용 마스크를 추가 제공할 계획임을 알려왔다”는 반응을 내놨다.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를 공격하며 목표 수량을 300만이 아닌 200만개로 말한 것이나 물량을 맞추라고 요구했다는 폭로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정부의 태도를 더 궁색하게 만드는 것은 이번 마스크 300만개 지원 논란이 다름 아닌 정부 발표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이 일이 최초로 알려지게 된 건 지난 28일 정세균 총리가 “정부는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구호 물품을 전세기편으로 중국에 전달하는 등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외교부는 30일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및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 물품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 중 일부를 우한 교민 귀국 지원 임시 항공편을 통해 우한에 전달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모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내용이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지원이 순수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고는 생각해 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직후 국내에선 마스크 부족으로 대란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마스크 대량 지원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민간에서 진행한 일을 중간에 끼어들어 홍보해 놓고는 여론이 나빠지자 자신들은 관련이 없는 일인 양 뒤로 빠지려 한 것이다.

국내 상황이 있는 만큼 비판이 있을 수 있더라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가에 구호품 지원을 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유리해 보일 때는 민간이 한 일에 ‘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해 가며 ‘숟가락’을 얹어 놓고, 해당 이슈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형국이 펼쳐지자 ‘민간’에서 한 일이라 핑계를 대며 발을 빼는 태도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발표로 촉발된 이 일에 대한 비판을 ‘가짜뉴스’라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가짜뉴스’란 무엇이며, 정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 일에 대해서 말을 바꾸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정부와 여권은 민간을 방패삼아 뒤로 숨지 말고 자신들의 말에 책임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이하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이하은 he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