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염 차단, 의료계에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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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업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0 00:15:05

미지(未知)는 두려움이자 공포다. 우리는 요즘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마치 수십 년 전에 보았던 SF영화 속 암울한 미래사회가 바로 오늘인 듯싶다.

코로나19 이야기다. 의료전문가도 이 전염병의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 ‘1m이내 비말감염’ 정도가 전부다. 치료제도 없다. 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건 마스크와 손소독제, 손씻기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과 관련 의료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이익단체의 주장으로 치부하지 말고 귀 기울일 대목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 차단의 최선에는 1차 의료기관이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동네의원이다. 지역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의 적극적인 진료와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코로나19는 한때 그 기세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29번, 30번 환자가 나왔다. 18일에는 31번 환자가, 19일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10여명의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정부가 그토록 차단하려고 애썼던 지역사회로의 전파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감염경로를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29번 환자는 고대안암병원을 비롯해 서울 종로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2곳과 약국 2곳을 방문, 모두 114명을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29번 환자와 부부 사이인 30번 환자 역시 역학조사 결과 접촉자가 20명에 이르렀다. 이 환자는 서울대병원과 종로에 위치한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여기에 갈비집과 커피숍 등을 방문함에 따라 추후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환자들도 방역당국이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조사중이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의료계는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확진자들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28명의 확진자 가운데 중국 또는 제3국에서 감염된 1차 감염자는 11명이다. 나머지 17명 가운데 12명은 확진자의 지인이나 접촉자에 의한 2차 감염이고 5명은 2차 감염자와 접촉한 3차 감염이다.

다시 말해 추가 확진자들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가 지역사회로의 1차 방역망이 뚫렸다는 관측을 내놓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지역사회로의 전파가 시작된 것이라면 최일선에서 환자를 맞아야 하는 곳은 바로 의료기관이다. 몇 해 전 메르스 사태 당시도 그랬다. 감염환자가 다녀간 곳은 휴진을 하거나 폐업을 해야 했다. 이후 진료를 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의료기관이란 특성상 감염에 취약한 노약자나 만성질환자가 주로 방문한다. 환자 스스로 코로나19를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확진자에게 노출되면 내원하는 다른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진료를 중단해야 한다.

실제로 29번 환자가 다녀간 의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모든 의료진이 감염 가능성 때문에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들 의원은 소독과 환기 조치가 이뤄져 법적으로는 진료 재개가 가능하다. 사실상 모든 의료진이 자가격리 중이어서 진료는 할 수 없다.

관할 보건소는 이 의료기관에 명확하게 폐쇄나 휴진명령을 내리지 않고 의료진이 격리대상이라고만 통지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추후 전염병 관련 휴진에 대한 보상문제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소리다.

정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실천가능한 지침을 만들어 일선 의사가 환자를 적극 응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지침으로 환자와 의료기관간 신뢰가 깨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할 든든한 우군(友軍)을 잃어버릴 수 있다. 지역사회의 감염전파 차단을 위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이 정부가 의료계의 ‘합리적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홍대업 dbho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