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토막 에쓰오일, 국민연금 리스크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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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업 적자전환에 당기순익 67% 급감…국민연금 경영참여 부담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0 14:31:13

▲ 에쓰-오일이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에쓰-오일 본사.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에쓰-오일(S-Oil·에쓰오일)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제마진 부진으로 정유부문이 적자를 냈고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도 덩달아 부진하며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대외적 악재가 지속되며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남는다. 여기에 에쓰오일은 최근 국민연금의 ‘블랙리스트’에 까지 오른 상태다. 실적부진으로 ‘배당잔치’가 어려워진 가운데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본격화될 경우 회사가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19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해 전년 대비 29.8% 감소한 44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865억원에 머무르며 전년 대비 66.5%나 급감했다. 매출액은 24조39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2% 줄었다.

에쓰오일은 실적 감소의 배경으로 정제마진 축소에 따른 정유부문 손익 급감을 지목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것이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지목된다. 정제마진이 떨어진 이유로는 먼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정유제품 수요 감소가 지목된다. 선박 연료 황함량 규제인 국제해사기구(IMO) 2020의 시행으로 인해 벙커C유 가격이 반토막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에쓰오일의 사업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정유부문이 2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의 정유사업은 전체 매출의 78%(19조원)을 책임질 정도로 비중이 높은 부문이다. 정유사업의 실적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각각 2550억원, 2195억원 등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7.3%, 14.1%씩 실적이 줄었다. 에쓰오일의 사업 전반이 부진했던 셈이다.

문제는 에쓰오일의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일단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대외적 악재로 정유사업 관련 매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해와 같이 정유제품 자체의 수요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은 여행수요 감소를 불러와 항공유 수요 감소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항공유 매출은 정유사업 매출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뼈아픈 점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여행 성수기인 여름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춰보면 에쓰오일의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에쓰오일의 부담을 키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에쓰오일의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 목적 지분 보유자는 해당 기업에 배당·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할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 지분보유 기업을 국민연금 ‘블랙리스트’로 보고 있다.

그간 에쓰오일은 상대적으로 국민연금의 편애를 받는다는 시각이 나왔던 곳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타 기업집단의 경영자 비위 등을 지적하며 경영참여에 나서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부진하며 전처럼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도 부담이다. 에쓰오일은 2016년과 2017년 결산배당을 통해 각각 보통주 기준 6200원, 5900원 등의 주당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금 총액은 각각 7219억원, 687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59,89%, 55.11%에 달했다. 2018년에도 주당 750원의 배당을 실시해 총 874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33.88%를 기록했다.

에쓰오일 측은 이번 결산 배당서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지만 당기순익이 크게 급감한 상태서 전과 같은 배당잔치는 벌이기 어렵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칼자루를 휘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에쓰오일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회사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실적반등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달 초 기준 국민연금의 에쓰오일 지분율은 6.91%로 파악된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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