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중국의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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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1 00:02:44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발원지 국가의 수장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중국내·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사태의 발단과 대처 상황에 관한 진실을 축소·은폐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됐다.

전염병의 특성상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초기에 통제하지 못한 책임으로 시 주석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처음 이를 발견한 의사의 입을 막고 탄압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우한시에서 폐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이보다 며칠 앞서 우한의 의사였던 리원량은 우한에서 심상치 않은 전염병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를 중국의 페이스북에 해당하는 웨이보를 통해 커뮤니티에 알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드러난 현실에 올바르고 발빠른 대처에 힘쓰기 보다는 진실의 입을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결국 리원량도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고 이 같은 정황이 한 중국인 의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중국인들은 물론 세계에 충격을 줬다.

결국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염병이 은폐와 무방비 속에서 확산돼 2000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되는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중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할 것이고 또한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18일 영국·프랑스 등 정상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에 근거해서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하고 그 결과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생색을 냈다.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공포와 우려 속에 빠져 있다. 또 관련 산업 등 경제에도 큰 타격이 가해지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이 전 세계 확산을 막았다고 생색을 낼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일까.

또 시 주석은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으로 하루 100명 이상 사망하고 이 무서운 전염병과 싸우느라 중국 의료진이 사투를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모든 면에서 알맞게 번영하며 빈곤이 제거된 사회건설 등 올해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달성할 자신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과연 당장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우환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이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마스크와 방호복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환자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3000여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최소 5명 발생했다.

특히 14일 우한의 우창의원 간호사 류판(59)이 코로나 19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알려진 바로는 류판이 춘절연휴에도 쉴새없이 계속 근무하면서 “방호복이 없어 발가벗고 일하는 것 같다. 그 결과 가족이 모두 감염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류판과 그의 부모와 동생, 일가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후베이성의 영화감독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알려진 창카이가 바로 류판의 남동생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정부 비판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를 비판한 시민기자들과 교수 등이 소식이 두절되고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언론을 통제하는 정부에 반발하는 여론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은 후 환자 치료 도중 감염돼 숨진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의 지식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리원량이 사망한 2월 6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며 시진핑 정부의 언론 통제에 저항하고 나섰다.

시 주석이 중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을 막았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우고 올해 경제발전 목표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언어’로 ‘현실’을 대체해 현실을 호도하려는 술책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중국의 언론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18일 5개 중국 관영 언론매체를 중국 정부 소속 기관으로 지정해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언론자유 지수에서 중국은 180개 국가 중 176위에 머물러 당국의 언론통제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진실을 전하는 목소리가 제 기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론 자유’를 외치는 중국 지식인들을 응원한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