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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리들의 골목 상권 행보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거나 선거철이 임박하긴 한 모양이다. 우울하고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민심을 달래보려고 하는 짓이긴 하지만 자칫 득이 되지 않고 실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 또한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인가. 힘을 가진 자들이나 이들을 보좌하는 무리의 처지에서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이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수십 년 동안 보고 배운 것이 이것밖에 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움직이고 있다는 이상의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문제는 여전히 작위적인 방법에다 전시 행정에 급급하다 보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린다.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을 이제 삼척동자도 알 정도다. 이런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적지 않은 해프닝이 일어난다. 옆에 따라다니는 자들은 각본대로 되지 않고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나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국민들도 더 이상 어리석지 않고, 오히려 냉소적이다. 이런 광경도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청산해야 할 구태이자 적폐이다.
기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무척 원망스럽다. 불행하게도 현 정부 들어서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계속 악화일로다. 시장이나 제조업 현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는데 정부만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따로 놀았다. 우한발(發)바이러스 확산이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면서 정부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민심은 돌아서기 마련이며, 집권 세력은 초조해지고 좌불안석이 된다.
따지고 보면 인과응보다.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 주체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경기가 좋아져야 자신을 추스르고 미뤄두었던 구조조정이나 군살 빼기 등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냉정하게 보면 지구촌에서 우리만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진 나라가 없다. 지난 3년간 미국의 보호주의 회귀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외부 악재가 터져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반(反)기업·시장이라는 역주행을 강행, 현장의 불만은 최고조다.
이제는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우려했단 중국발(發) 쓰나미가 일시에 광풍으로 닥치면서 거의 패닉 상태다. 중국 경제가 마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에 붕괴하고 멈춰서는 공장이 연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의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간다.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이고 인근 한국과 일본에 이어 동남아 국가에게로 도미노처럼 번진다. 올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1.0% 내외부터 –2.9%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연간으로도 1% 중반부터 0.5%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제예측 기관들의 예측치가 봇물을 이룬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경제가 한국이라는 평가를 서슴지 않는다. 내수·생산·수출 ‘트리플 위기’가 현실화되는 바이러스 암초 직격탄에 속수무책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기업들의 신용도는 줄곧 강등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젖줄인 반도체 경기가 다시 주저앉고 자동차 생산은 작년 4백만대 생산이 무너진 데 이어 올해엔 3백만대 생산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말 그대로 IMF에 버금가는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연발생적 혹은 인위적 중국발(發) 쓰나미 현재진행형, 시나리오 예측과 선제 대응 필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자칫 경솔하게 대응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있다. 우선 수출 하락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출이 죽을 쑤면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나타날 수 있는 악재만 보지 말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호재까지 시야에 두어야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경쟁국 중 수출에 가장 피해를 본 국가가 우리다.
중국은 거의 줄지 않았고 일본과 독일은 4〜5% 감소했지만 우리는 무려 10% 가까이 줄었다. 악재만 덮어썼지 반사이익은 전혀 건지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가 반년 이상 끌면 수출이 9%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 시장을 재점검하고 시장 수요의 변화에 대해 면밀한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에 정치적 색채와 이념을 빼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야 한다. 일본 경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사 직전이다. 불필요한 감정대립을 억제하고 같이 살기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정부가 이왕 비상경제 시국을 선언하고 정책 총동원령을 내린 판이면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조치들을 화끈하게 단행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이나 과도한 복지에 치중하였던 기조에서 탈피해 친(親)시장·기업으로 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이다. 진영 논리나 해묵은 이념에 사로잡혀 노선을 수정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편이나 남의 편까지 모두 잃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재정을 동원하거나 금리 인하와 같은 금융 정책은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임시 땜질에 불과하고 총체적인 경제 난국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 하고, 필요한 곳에 스며들어야 한다. 세제와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가 나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야 한다. 밖으로 나가려는 기업을 안방에 붙들어 놓을 당근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선거판에만 올인하지 말고 민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교롭게 4월 총선과 경제 살리기 타이밍이 겹치면서 또 다시 실기(失期)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번 사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진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종료 시기와 관련해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더 지배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힘이나 경제력이 커진 만큼 지척에 있는 우리에게 항상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고 손해가 될 수 있는 현상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륙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다. 이번과 같이 자연발생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어 괴롭히는 사드 보복과 같은 인위적인 것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친중(親中)이니 반중(反中)과 같은 유아적인 논쟁을 하는 현상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중국에 급격하게 기울여진 경제 의존도를 무 자르듯이 일시에 단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의 심정도 고려해야 한다. 절실한 것은 당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예측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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