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질병 '치매', 보험보장으로 해결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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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 보험

치매환자 2/3는 경증치매…치매보험 보장의 대부분은 중증치매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2-23 16:15:44

그 동안 암, 뇌, 심장의 질환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던 보험시장에 최근 1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난 보험상품이 있다. 바로 치매보장보험이다. 지난해 이 시기에는 보험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새 상품을 선보이며 가입자 수 늘리기에 열을 올렸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얼마나 가입을 많이 했을지 대략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치매보험의 가입자 수는 대략 46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병장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노인질환인 치매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보니 이상할 것 없는 수치이긴 하다.

하지만 가입만 했다고 끝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보장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잘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입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실용성 있게 가입을 잘 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보험의 경우 보통 치매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각각 보장금액을 설정해 판매하고 있다. 가입금액은 회사와 가입시기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증치매 진단비에 많이 치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처음 치매보장 보험에 판매에 열을 올릴 시기일 때만 하더라도 치매의 초기 단계인 경증치매 진단비를 많이 가입시켜 주었으나 추후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금융당국의 권고로 가입금액 축소와 상품변경을 감행했다. 그 결과 중증치매 진단비 가입금액에 비해 경증이나 중등도 치매 진단비의 가입금액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현재는 작아졌다.

이 부분은 보험 가입자라면 필히 눈 여겨 봐야할 항목이다. 그 이유는 내가 가입한 보험의 보상에 대한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증의 경우 조금 전 했던 말에 대해서 되뇌어 묻거나 일상 대화 중 정확한 단어 표현이 어려운 정도라고 본다면, 중등치매의 경우 일상생활 자체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가입한 보험이 중증에 치중돼 있고 경증치매의 경우 300만원 내외의 가입금액만 보장을 해준다면 이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즉 중증치매를 진단받아야만 보험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중증치매 진단에 대한 부분과 관련해 중요하게 짚어봐야 하는 항목이 생긴다. 바로 보장의 만기이다. 갈수록 치매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이에 반해 의료기술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만 하면 치매 속도를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치매 보험 가입자들이 고령자이다 보니 비싼 보험료가 부담돼 만기 설정을 80세 또는 90세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자칫 보상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경증에서 시작해 중증치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이는 보상 받기 전에 보장이 만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험의 실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치매보험을 가입하고 난 후 가입한 상품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아왔다. 대부분의 질문이 “걱정돼 가입하긴 했으나 이거 좋은 보험이 맞죠?”라고 묻는 아주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 대답은 당연히 “보험상품은 좋습니다”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나에게 맞는 보험상품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꼭 코멘트로 달아준다. 그렇다. 단순한 기우에서 시작해 보험상품을 가입한 것이라면 나에게 맞는 상품인지를 먼저 조금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치매 보험이 그렇다. 분명히 보험에서 정한 경증, 중등도, 중증의 치매를 진단받으면 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납입하는 보험료의 크기와 그나마 보상의 확률이 높은 경증치매 보장에 따른 보상금의 크기를 각각 따져보고, 만기설정과 치매 발병에 따른 심각성 정도를 고려해 이 또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냉정하게 유추해 본다면 내가 가입한 치매보험이나 앞으로 가입할 치매보험상품에 대해서 조금의 기준점을 잡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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