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 앞세운 유통업계 구조조정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4 00:02: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잠잠해지는 가 싶었지만 모종의 사건이 발생하며 감염자 수는 하루 100명꼴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공포 심리는 극에 달했고 외출을 자제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출 자체를 꺼리진 않는다 치더라도 전염을 우려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이들도 많다.

시민들의 외출 거부는 곧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대형 매장 등을 방문하는 사람이 줄어든 만큼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의 매출액은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요 근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감소했다.

감염자가 방문한 곳이 임시 휴점해야 한다는 점도 업계로써는 큰 부담이다. 휴점기간 만큼 매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동 롯데면세점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문을 닫으면서 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포기해야만 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내며 올해 반등이 필요한 유통업계에 코로나19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손님들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매장 대다수가 평소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매출 감소로 끝나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직원들의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올해 유통업계는 그간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에만 두 번의 분기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일렉트로마트’, ‘부츠’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의 점포정리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4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여개 매장 중 200곳의 문을 3~5년 내 닫기로 했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전에 예고된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놓인 마당에 코로나19 확산은 불을 지폈다. 이미 고용환경이 위태로워진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기자가 단골로 있는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방문했을 때 눈에 띄던 건 직원의 수가 많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직원의 수가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돌아가면서 쉬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요즘 매출이 안 나오니 직원들이 강제 휴식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물론 휴식 기간 중 급여는 없다. 매장으로썬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셈인데 근로자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그 이상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많은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두려운 일이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로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철저한 위생관리 등으로 감염의 사전차단 정도다.

유통업계로써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선 사측과 근로자측이 동등하게 피해를 분담하며 상황을 해쳐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구조조정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는 점도 알아야 하겠다. 유통업계의 지혜로운 행보를 기대해 본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