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생명 전영묵식 서열정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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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4 00:02:32

평소 적은 돈을 꾸준히 납입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개념인 보험업은 위기의 여파가 다른 산업에 비해 유독 큰 편이다.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데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하는 ‘최후의 수단’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절망적인 순간에 또 한 번의 절망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우려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 보험업계 내에는 심각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각 기업들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보험업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소비자보호 목적일 뿐 보험사 위기 구제와는 동 떨어져 있다.

물론 보험사가 하루아침에 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러나 보험사 위기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은 사실상 보험업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보험사 위기→소비자 신뢰하락→보험가입자 이탈→보험업 붕괴’라는 절차를 밟는다면 보험사가 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생보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의 위기는 상당히 뼈아픈 일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819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873억원) 대비 48.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43%로 전년 동기(6.47%) 보다 3.04%p 하락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의 경우 3.6%로 전년 동기(3.92%) 보다 0.32%p 낮아졌다.

보험업의 대표주자인 생명보험, 그 중에서도 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위기는 곧장 보험업 대한 신뢰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1위 생보사의 위기로 생겨난 불안감은 다른 기업에까지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위안되는 사실은 삼성생명 내부에서 위기극복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선봉에는 57세의 나이로 국내 1위 생보사의 수장에 오른 전영묵 신임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세대교체 돌풍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그룹 핵심인사로 급부상한 전 신임 사장은 보험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전문성,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전 신임 사장은 특히 보험업의 수익성과 직결된 자산운용 부문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그는 삼성자산관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발군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전 신임 사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격인 삼성생명 수장을 역임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아직까지 전 신임 사장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 속단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다. 바로 전 신임 사장 중심의 인적쇄신이다. 연공서열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삼성그룹 내부 분위기 상 나이 많은 임원들이 전 신임 사장의 리더십에 호응할 지 미지수다. 전 신입 사장 입장에서도 삼성생명 핵심 보직과 하위 계열사 CEO를 꿰차고 있는 입사 선배나 고령자들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일부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직위를 가진 임원 중 전 신임 사장과 나이가 같거나 많은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삼성생명이 지분의 100%를 가진 계열사 CEO 중에도 전 신임 사장 보다 나이 많은 이들이 포진해 있다. 당장 지난해 말 함께 계열사 CEO로 발탁된 심종극 삼성잔산운용 신임 대표와 김대환 삼성카드 신임 대표 등도 전 신임 사장 보다 나이가 많다.

전 신임 사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 보직이동이나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효과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삼성생명의 위기 극복이 아닌 보험업계 전반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주변의 비판을 감내하는 전 신임 사장의 강력한 의지에 ‘이재용 리더십’의 운명도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 신임 사장의 양 어깨에 삼성그룹과 보험업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전 신임 사장의 강력한 추진력을 앞세운 대대적 수술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