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불안에 지갑 닫은 50대, 소비성향 하락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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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성향, 2012년 이후 지속 하락…“50대, 기대소득 변동에 민감”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4 14:50:11

▲ 노후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50대 이상 가구가 지갑을 닫으며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소비성향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시민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노후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50대 이상 가구가 지갑을 닫은 게 우리나라의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김대용 차장과 서정원 조사역은 24일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최근 소비성향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한 국내 가구의 소비성향 변동요인을 분석했다.

여기서 소비성향(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소비성향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경기침체 당시 단기간 하락 후 바로 회복하던 과거 패턴과는 달리 장기간 하락 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은 50대 이상 가구와 고소득층 가구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내구재보다 의식주와 관련한 필수지출 항목이 전체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소비성향 하락 배경으로 50대 이상 가구의 미래 기대소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차장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노후 소득원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50대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며 “이런 미래소득 우려가 2012년 이후 소비성향 하락에 상당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외소비지출, 의료·보건 등 소비성향이 높아진 일부 항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식주 관련 필수지출 항목을 중심으로 전체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여도 하락 항목을 보면 교육 서비스가 떨어진 것도 두드러진다. 연구팀은 고령화에 비해 출생률이 낮고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양상을 띠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사회보장정책 강화로 2010년대 중반 이후 고령층의 생활여건과 소득만족도가 개선되면서 소비성향의 급격한 하락세는 다소 완화됐다. 아울러 국내 가구의 경우 가구주 연령대가 높아지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이런 효과도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차장은 “최근 소비성향 변동은 인구 고령화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수준의 소비성향으로의 복귀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50대 이상 가구가 기대소득 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만큼 향후 정책을 추진할 때 미래소득에 대한 급격한 기대 변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