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행정에 시름하는 서울의 심장 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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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8 00:12:45

종로구는 중구와 함께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특히 이 선거구에서만 역대 3명의 대통령이 나와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또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 코드 상으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 중 선두인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서울의 심장 종로에는 낡은 곳이 많다. 얼핏 생각하면 서울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라 노후화 됐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곳이 서울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밀한 현대화 작업이 상대적으로 늦어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기자는 최근 취재를 위해 종로 곳곳을 다니며 생각보다 더 낙후된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 전국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는 광화문에서 대중교통으로 불과 몇 분이면 닿는 거리에 이미 개발을 위해 사람들이 이주했나 싶은 곳들이 나온다. 가파르고 좁은 길,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세월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종로구엔 낡은 곳이 많다는 고정된 이미지가 결코 대로변 오래된 상가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 낡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안락한 새집에서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냈다. 절절함이 묻어나왔다. 50대 초반, 동네 재개발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중년은 칠순이 코앞으로 다가온 어르신이 됐다. 그와 마을사람들의 노력에도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과 구청장, 지역 국회의원의 미온적인 태도로 창신동은 탈바꿈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골목에 돌아다니는 개가 정겹다고, 조금만 보수해서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오래된 지역이니 낡은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말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불편함과 고통일 뿐이라고 말한다.

창신동 외에도 야산에서 개가 내려와 주민들을 위협하는 동네가 종로에 더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찾는 사직2구역 일대도 종로의 오래된 이미지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만난 사직2구역 관계자는 시가 주민들 동의 없이 사직2도시환경정비구역을 해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연달아 종로구청도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주민들 입장에선 황당했을 것이다. 공권력의 횡포란 말도 포장된 언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은 똘똘 뭉쳐 지난해 4월 25일 정비구역 해제 고시 무효란 결과물을 대법원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업은 여전히 진행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하루 빨리 법제처에 질의한 답을 받고 개발을 어서 시작했으면 한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교묘하게 사업을 방해하지 말고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나아가 자신들의 정책 기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유연한 태도로 종로라는 서울의 심장을 가꾸고 현대화 시켜야 할 것이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