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정권 ‘전두환 특수’ 비약성장 후 베일

최루탄 ‘전두환 특수’ 비약성장 후 베일
[서초대로 빌딩들]-<3>삼양화학 사옥신축…재벌 제친 납세1위 ‘한영자’ 옛 신화

김신기자(skim11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7-24 00:05:49

지난 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격렬한 시위가 많았다. 경찰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최루탄’을 많이 사용했다. 당시 군수업체 였던 ‘삼양화학공업(주)’는 최루탄 제조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실제로 1987년 당시 한영자 삼양화학공업 회장이 쟁쟁한 재벌기업 오너들을 모두 제치고 개인납세자 1위를 기록했었다. 삼양화학공업은 80년대 최루탄 사업으로 성장한 후 최루탄 제조를 중단한 90년대부터는 사업구조를 개편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갔다. 2013년 현재 12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삼양화학그룹으로 성장했다. 삼양화학그룹은 화학 이외에도 유통, 철강, IT 등에 진출했다. 또 탄약, 방탄조끼 등을 제조해 여전히 방위산업체로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양화학그룹의 사업영업 확장에서 독특한 면이 보인다. 30년간 군수업체로써 승승장구 했음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에 올라있지 않은 미국 현지법인을 이용, 냉동 만두 제조업에 발을 담근 것이다. 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자회사들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3178억원인 반면 당기순손실은 무려 120억3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에는 지난해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서초동 금싸라기 토지 위에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의 사옥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가 화학산업의 알짜 중견 기업인 삼양화학그룹의 사옥 신축 현장과 성장과정 및 지배구조 등을 취재했다.

▲ 지난 1980년대 최루탄 생산으로 큰 매출을 올리며 성장한 ‘삼양화학그룹’은 최근 서초역 인근 금싸라기 땅에 사옥을 건설 중 이다. 군수업체로 기틀을 다져 성공한 삼영화학그룹 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 ‘삼양화학그룹’ 사옥 신축 공사 현장 위치도(위) 및 전경. ⓒ스카이데일리

“쿵쿵, 쾅쾅”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등이 위치한 서초역 사거리에 들어서면 인근 대형 공사현장에서 분주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서초역 사거리 주변은 지난 2009년부터 진행된 사랑의 교회 공사 현장이 골조공사가 거의 끝나면서 빌딩의 외형이 드러나 우람하고 웅장하게 보인다. 분주한 인부들의 모습은 수년간 여전하다.

사랑의 교회 바로 뒷편에는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빌딩 공사가 막 시작돼 주민들과 지나는 행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22일 현재까지 어떤 건물이 올라가는지 공사 외관에 표시된 게시물이 없기 때문이다.

탐문 취재와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곳은 지난 1980년대 최루탄 생산으로 큰 매출을 올리며 성장한 방위산업체 ‘삼양화학그룹’의 사옥 신축 공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에 들어간 삼양화학 사옥은 임시 울타리를 쳐 놓은 상태에서 이제 막 터닦기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

▲ ‘삼양화학그룹’ 사옥이 들어설 위치는 강남의 초대형 교회로 탄생될 사랑의 교회가 지어지고 있는 곳과 길(참나리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스카이데일리

공사 관계자를 탐문 취재한 결과 삼양화학 사옥은 지하 4층, 지상 9층의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라 한다.

등기부등본(토지)에 따르면 사옥이 들어설 토지의 소유주는 한영자 삼양화학공업 회장이며, 규모는 3029㎡(약 916.2평)다.

인근 B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사옥이 지어질 곳의 토지 시세가 평당 약 5500만원 임을 감안할 때, 총 토지 시세만 약 503억원 가량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루탄’기업, 사업 구조 개편 단행 후 중견기업 면모 갖춰

삼양화학그룹은 지난 1975년 ‘삼양화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1979년 상공부로부터 군수업체로 지정됐다.

1년 후인 1980년, 국방부로부터 1급 군수업체로 지정된 후 시위가 한창 들끓던 80년대 최루탄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특히 민주화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80년대 중후반에는 최고의 호황을 맞으며 당시 연간 매출이 5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었다.

1987년에는 한영자 회장이 28억원의 세금을 내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을 전부 뒤로 밀어내고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삼양화학의 그 당시 매출 규모를 짐작케 하는 사례로 입소문이 났었다.

90년대 들어 시위가 점차 줄어들고 1989년 국정감사에서 한 회장이 ‘최루탄 제조 중단’ 선언을 하면서 삼양화학그룹의 주축 산업이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해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삼양화학그룹은 모기업인 삼양화학공업을 비롯해 제오빌더, 삼양화학실업, 삼양화학산업 등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제오라이트, 제오카본 등의 신소재를 개발하는 한편 부동액, 워셔액 등의 생산라인을 가동해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1997년 한영자 삼양화학공업 회장의 아들인 박상준 삼양화학그룹 부회장이 전체를 총괄하고 차남인 박재준 삼양화학공업 사장이 모기업인 삼양화학공업과 제오빌더의 경영을 맡으면서 후계 구도 체계를 갖췄다.

2000년대 이후 부터는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유통, IT, 철강 등의 분야에 진출해 2013년 현재 12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중견그룹으로 발전했다.

30년 넘은 군수업체, 미국 현지법인 제조회사 소유

▲ 현재 삼양화학그룹 많은 계열사들은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한일시멘트 본사인 ‘우덕빌딩’에 자리잡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삼양화학그룹의 지배구조는 ‘직접소유’와 ‘지배회사를 통한 소유’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법인 자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 중 자회사를 가진 회사는 (주)성홍에스앤더블유, (주)제오빌더 등이며 이들의 자회사는 (주)삼양메탈, 삼양화학공업(주), (주)삼양컴텍, CYR international Inc. 등 총 4개다.

지주회사 및 삼양화학실업(주), 삼양화학산업(주), (주)화성, (주)삼양세라텍 등은 한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지분의 90% 이상을 직접 소유하는 구조다.

삼양화학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삼양화학그룹의 홈페이지 내에 나타나지 않은 한 회사가 계열사로 속해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지배회사인 (주)제오빌더가 지분의 57.22%를 보유한 ‘CYR international Inc.’ 이다.

‘CYR international Inc.’는 국내 냉동만두제조 및 중식당 체인업체인 ‘취영루’의 미국 현지 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여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화학기업인 삼양화학그룹은 탄약, 방탄조끼 등의 군수물자를 납품하는 방위산업체다. 하지만 미국 현지법인을 둔 냉동만두 제조 업체의 지배회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게 눈에 띈다.

총매출 3178억원, 당기순손실액 120억3000만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양화학그룹 계열사들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총 매출액은 3178억원인 반면 당기순손실은 120억3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무제표가 공시된 기업을 대상으로만 확인한 수치며 해외 법인(4곳) 및 재무제표 미공시 자회사((주)삼양세라텍)는 제외했다.

당기순손실액이 큰 계열사들은 대부분 오너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가 아닌 지배회사를 통해 소유 중인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성홍에스앤더블유’의 자회사인 ‘(주)삼양메탈’은 지난해 매출액이 112억인데 반해 당기순손실액이 58억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또한 이들 자회사의 큰 손실로 인해 지배회사들은 매출액이 비교적 높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외비용 중 지분법손실액이 비교적 크게 나타나면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들었다.

지분법손실액이란 자회사의 손실비용에 대해 지배회사가 소유한 지분율 만큼 영향을 받는 금액이다.

‘삼양화학그룹’은 지난 80년 최루탄 제조로 큰 돈을 벌고, 신 사업 개편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면서 규모를 늘렸다. 또 이달 초에는 약 503억원 규모의 토지 위에 사옥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재계와 증권가, 금융권 등에서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의아함을 제기하는 한편 경영 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