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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의 손 연금술 ‘가속기 선진국’ 성큼
현대판 신의 손 ‘가속기 선진국’ 성큼
[이슈진단]대용량 양성자가속기 가동…수년 내 중이온·중입자 가속기도 운영
오문일기자(mio@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7-22 13:57:00
우리의 인체나 세상의 모든 물질은 아주 작은 소립자로 구성돼 있다. 그 소립자의 정체나 반응에 따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세계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하지만 원자 이하의 아원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원리는 보통의 기술로는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극미세계로 여행을 해보는 것이 근원적인 인지 방법이지만 가능치 않기 때문에 최소한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라도 필요하다. 그것이 ‘가속기’다. 소립자 세계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각종 가속기는 지구상에 없는 신소재나 에너지를 발견하게 해주거나 아니면 응용해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상상하기 어려운 인류 문명의 획기적 진보가 가속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속기에서 앞서간다는 것은 곧 부강한 국가의 상징이고 현실적으로는 부와 패권 및 지배의 원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예의 긴장스러운 노정이다. 가속기는 또 각종 불치병을 치료할 신약개발이나 암치료에 이용할 수 있어 인류의 꿈인 ‘영원한 생명’ 문턱에도 한 발짝 다가서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오늘(22일) 최대 가속 에너지 100MeV급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가동한 것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미래를 지배할 핵심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핵무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보유·운영을 하게 된 쾌거다. 하지만 가속기 기술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현재 6기의 소형 가속기를 운영 중인 우리나라는 향후 몇 년 내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 등을 차례로 구축해 운영할 예정으로 있다. 이 정도의 가속기 시설만 운영해도 선진국 수준이지만 보다 욕심을 낸다면 우주원리를 규명하는 ‘강입자가속기’의 구축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양성자가속기의 운영을 계기로 가속기가 갖고 있는 의미와 전망 등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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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속기’는 신의 문을 노크하는 일이라고 할만큼 원자 이하 소립자의 세계와 원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다. 우리나라가 22일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신의 영영이라는 ‘물질과 생명의 연금술사’ 자격 하나를 또 거머쥐게 됐다. 사진은 양성자가속기 전면과 후면(위) 장면.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오늘(22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100MeV(최대가속 에너지, 최대 빔 전류 20mA)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운영도 할 수 있는 자립기반을 갖춘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빔 전류 10mA 이상의 양성자가속기는 현재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SNS,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의 J-PARC 등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100MeV(1억 eV)라는 의미는 양성자를 1초당 13만km의 속도(에너지)로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양성자는 물질 또는 생명체 등과 다양하게 반응하면서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데, 이를 관찰·연구하면 양성자를 이용한 신소재·신약·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현대판 연금술사’의 마법 같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지금까지 없던 물질이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새로운 대체 에너지 등의 개발 분야는 극미의 소립자 원리를 알고 응용할 경우 가능해진다. 그동안 바꿀 수 없다고 여겨져 온 거시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는 나노기술(NT), 생명공학(BT), 정보기술(IT), 에너지 및 환경기술(ET), 우주기술(ST) 등의 원천기술개발 등에 다양하고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의료용으로는 신약 이외에도 암치료 연구, 의료용 동위원소, 유용한 돌연변이 유전자원 개발 등에 나설 수 있어 ‘암 정복’의 꿈은 물론 이른바 ‘영원한 생명’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양성자가속기는 또 물리, 화학, 재료과학 등 국가 차세대 과학기술 기반산업과 기초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될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6개월 시운전 끝내고 22일 가동 시작
▲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 2002년부터 연구를 거듭한 끝에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100MeV, 20mA)를 개발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자료:미래부
정부는 올 하반기 기간을 양성자가속기 시범운영기간으로 정해 연구자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면하는 한편 양성자가속기의 운영조건인 출력과 에너지 등을 최적화 해나갈 방침이다.
100MeV 양성자가속기는 우리나라 원천기술개발을 위해 미래부의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2002.7~2012.12, 3143억원)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경주시의 지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21개 산·학·연 기관이 협력해 지난해 말 국내 독자기술로 구축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 이용 활성화를 위해 빔라인을 추가 설치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1GeV급 양성자가속기로 확장할 계획이며,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의 지원시설(경주시 지원) 공사를 조속히 완료해 나가기로 했다.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김계령 박사는 “양성자 빔 이용자 공모를 통해 과학위성용 광학형 자이로를 개발하고 있는 ㈜파이버프로가 첫 번째 이용자로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소립자 연구개발 및 운용 앞선 발걸음 쾌거
원자가 인체나 우주의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다양한 입자라면 원자 내에 있는 양성장·중성자·전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소립자들이다.
양성자는 우리 몸 또는 우리가 볼수 있는 모든 물질을 수없이 쪼개고 쪼갤 경우 나타나는 원자 이하(아원자)의 작은 크기인 소립자라는 것이다. 그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약 0.1mm)의 약 1000억분의 1에 해당한다.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스카이데일리
이 크기를 실감하려면 거시세계의 물체크기를 비유해 보면 된다. 우선 원자의 크기는 지구의 지름 1만3000km 내에 있는 1cm 크기의 유리구슬 정도다. 다시 원자 내 원자핵 크기는 관람석을 포함한 잠실야구장 같은 전체를 원자(전자의 궤도)라고 할 경우 그 안에 다시 작은 유리구슬 정도의 크기다. 이 원자핵 안에 바로 양전기를 가진 ‘양성자’ 외에 전기를 갖지 않은 ‘중성자’가 함께 결합해 있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한 후 남아 있는 양성자를 고전압으로 가속하는 장치다. 100MeV로 가속하기 위해서는 1.5볼트 건전지 6700만개가 소요되는 ‘1억 전자볼트’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양성자의 에너지 단위인 MeV(Mega electron Volt, 백만전자볼트)의 1전자볼트는 1볼트의 전압이 걸려 있는 금속판 사이를 지나면서 양성자가 얻는 에너지다.
국내 연구진은 현재 빔 전류 20mA 이상 대용량 양성자가속기 개발에도 나서도 있다. 대용량은 현재 미국 오크릿지국립연구소(ORNL: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와, 일본 원자력연구기구(JAEA: Japan Atomic Energy Agency)에서 개발·운영 중이다.
mA(mili Ampere, 밀리암페어)는 몇 개의 양성자를 가속시키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에너지와 함께 가속기의 성능을 보여준다. 20mA 양성자 빔은 초당 약 1만2000조개의 양성자를 가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속기 선진국 진일보 6기 확보…소형 6기는 가동 중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스카이데일리
우리나라는 이번 양성자가속기 가동으로 조만간 총 5기의 가속기를 보유·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구축중인 가속기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포항가속기연구소)를 비롯해 오는 2016~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이온가속기(기초과학연구원)와 중입자가속기(동남권원자혁의원학) 등이다.
소형 가속기의 경우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이클로트론과 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 등 6기가 구축돼 있기도 하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무한히 작은 세계(10억분의 1나노미터 영역)에서 초스피드(1천조분의 1초, 1펨토초)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들여다 보기 위해 태양빛 보다 100경이나 밝은 신비의 빛(광원)을 만드는 장치다.
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라온)는 핵무기 등의 원리가 된 핵력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는 입자 가속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라온이 목표로 하는 빔에너지(200MeV/u)와 빔출력(400㎾)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생성되는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기반으로 우주생성원리 규명에도 나서는 것은 물론 질병치료와 신소재 등의 연구개발 역시 진행할 방침이다.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스카이데일리
암정복의 최후 비밀병기라는 별칭이 붙은 ‘중이온가속기’는 독일·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6대 뿐이다.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환자의 암세포에 쏘는 중입자 치료는 X선에 비해 부작용은 적은 반면 효과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속기 개발은 앞으로 우주개발의 원리를 밝혀줄 강입자가속기 개발로 확대돼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우주탄생의 순간인 빅뱅과 유사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 ‘우주의 얼개’를 밝히는 연구에는 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이용된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만든 LHC는 두 개의 입자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빅뱅 전후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도 대형 양성자가속기 등 7기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어 CERN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페르미연구소 단지 크기는 여의도의 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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