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창업 피하라…생목숨 값 이렇게 지킨다

불나방 창업 피하라…생목숨 값 이렇게 지킨다
[르포]올 프랜차이즈 트렌드는 ‘콘셉트’…자고나면 간판 바뀌는 700만 자영업 생존법은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3-25 14:33:37

최근 몰아친 ‘스몰비어’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창업시장은 ‘소자본 창업’이 대세다. 소자본 창업은 경기불황 속에서 창업 형태로 유행을 타면서 창업자·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기를 보고 현혹된 일부 창업자들은 현장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 현장을 찾아가보면 카페·호프 업종에서 창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게를 내놓았거나,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노량진 상권인 동작구청 뒷골목에만 해도 학원가 학생들을 겨냥해 최근 1~2년 사이 카페·호프 매장이 우후죽순 늘었다. 현장 상인들에 따르면 작은 평수의 카페가 3~4년 내 없어지고 생겨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스몰비어 열풍으로 비슷한 콘셉트의 맥주집이 좁은 길을 따라 약 10개 매장이 생기기도 했다. 인근 상인에 의하면 맥주집들이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는 듯 했으나 1년 또는 심지어는 한 달도 안돼 비슷한 가게가 들어오면서 부동산 매물로 나온 가게들이 늘어났다. 실제 상권 시장이 이렇듯 트렌드만 너무 쫓다가는 수익성을 오래 보장할 수 없다. 또 비슷비슷하고 애매한 방식으로 차별화를 내세워 봐야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세텍에서 열린 ‘제33회 프랜차이즈 산업 박람회’는 현장에서 만난 호프 업종의 트렌드는 기존 스몰비어 열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대부분 스몰비어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었으나 일부 메뉴나 음료를 특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박람회장에서는 스몰비어의 열풍이 여전히 만만치 않게 불고 있었다. 창업 전문가들은 창업을 준비할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하지만 그 가운데 기존과 색다른 ‘신개념’ 브랜드 또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신선한 여러 브랜드들이 예비창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카페에서는 카페에 ‘마카롱’, ‘부대찌개’ 등을 결합한 독특한 카페 브랜드들이 시장을 앞서가고 있었다. 또 맥주집에서는 저렴하고 간편한 술집보다는 개성을 추구한 다이닝 펍이 눈길을 끌었다. 관련 브랜드나 비슷한 업체들이 이미 홍대,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제33회 프랜차이즈 산업 박람회’를 찾아 2015년 요식업 트렌드를 이끌 분야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올해 요식업계에서 다이닝펍(Dining Pub)과 독특한 카페(Unique Cafe)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세텍에서 성료된 제33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서 관련 브랜드들에 대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포화된 스몰비어 창업 대안… 호프 업종의 차별화·전문화

▲ 예비창업자가 몰린 ‘제33회 프랜차이즈 산업 박람회’에는 스몰비어의 열풍이 여전했다. 기존 스몰비어와 차별화된 컨셉을 주장하는 ‘소형 맥주 전문점’, ‘Pub’, ‘미들비어’ 등이 변화를 주도했다. ‘정군비어’는 여성을 겨냥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기존 스몰비어의 단점을 보완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오땅비어’는 ‘해산물 튀김 전문 Pub’으로서 메뉴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찾은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 현장은 예비창업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많은 창업자들이 요식업 관련 부스를 찾으면서 요식업이 프랜차이즈의 꽃임을 증명했다.

요식업종의 최근 트렌트는 스몰비어였다. 하지만 스몰비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지난해부터 스몰비어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말 한국창업연구원이 발표한 ‘2015 창업시장 전망’에 따르면 불황기 창업시장의 화두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 창업자는 적은 투자비용’이었다. 지난해까지 창업시장은 스몰비어, 밥버거 전문점 등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얼마 안 돼 폐점하는 점포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창업연구원은 2015년에는 스몰에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플러스 알파 업종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박람회 내에서는 스몰비어에서 변형된 ‘소형 맥주 전문점’이 ‘Pub’, ‘미들비어’ 등의 새로워진 콘셉트로 기존 스몰비어 프랜차이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Pub’은 술뿐만 아니라 여러 음료 및 음식 등을 파는 대중적인 술집을 뜻한다. ‘미들비어’ 는 스몰비어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형태이다.

제이지 컴퍼니의 ‘정군비어’는 실내포차형 소형맥주전문점이다. ‘정군비어’는 기존 스몰비어 안주류 감자튀김, 치즈스틱 등 튀김류를 유지하면서도 여성들을 겨냥한 토마토 카프레제, 수제 아이스크림 튀김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바(Bar)’형태의 테이블을 살려 2~10인석으로 변형 가능한 트랜스테이블을 개발해 스몰비어의 단점인 낮은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창업비용은 10평 기준 3890만~4890만원이었다.

‘오땅비어’는 ‘해산물 튀김 전문 Pub’으로 기존 스몰 비어와 차별화를 뒀다. ‘오땅비어’ 관계자는 스몰비어가 포화됐다는 우려에 대해 “작은 평수에서 효율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어 스몰비어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메뉴를 단순화하면서도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며 “현재 스몰비어 시장에서는 경쟁력에 따라 일부 브랜드가 도태될 것이다”고 했다. 창업비용은 15평형 기준 4000만원대였다.

▲ ‘달달데이’는 사계절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며 유행을 타지 않는 안주를 제공하고 있다. 달달데이는 40여종의 칵테일과 아이스크림 크림맥주, 리코타 치즈 샐러드 등으로 여성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메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브랜드의 전체 고객중 70~8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주식회사 아이알의 ‘달달데이’는 칵테일을 부각시켰다. ‘달달데이’ 관계자는 “칵테일 40종류를 팔고 있으며, 70~80%는 여성 고객일 정도로 여성 고객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말자싸롱’의 관계자는 “스몰비어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유행을 탔다”며 “말자싸롱의 목표는 1위인 봉구비어를 제치는 것이다”며 “스몰비어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호프 업종 중 하나로 정착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 박모씨(여·60)는 “자녀를 결혼시켰고, 이제 남편과 함께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는 호프 업종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프의 변신, ‘다이닝식 Pub’ 트렌드로 떠올라

호프의 변신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이닝펍(Dining Pub)이었다.

‘다이닝 펍’은 스몰비어 포화 시장을 비집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이닝 펍’이란 식사와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대학로에는 이미 ‘다이닝 펍’이 대세다. 2013년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공연장 ‘유니플렉스’ 1층에는 ‘펍 브로드웨이’가 입점해 있고, 대학로 뮤지컬 센터 근처에는 ‘그릴 앤 다이닝 펍’인 ‘조스바스켓’ 등이 위치했다.

▲ 다이닝 비어 카페이자 카페형 레스펍인 ‘AlleyPub’은 여성 예비창업자 및 소비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AlleyPub’은 기존 호프였으나 2012년 카페형으로 바뀌면서 매장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AlleyPub’은 Dining&Beer Cafe를 추구한다. 2007년 일반 호프로 시작했으나 카페 인기를 반영해 2012년 카페형으로 바꿨다. ‘엘리팝’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 고객을 타겟으로 하다보니 여성 예비창업자 및 소비자에게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도 여성 고객 마니아층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고, 카페로 바뀐 뒤 매장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lleyPub’은 지난해 12월 ‘2014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성과보고회’에서 우수 프랜차이즈로 지정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행을 타지 않는데다가 60여 가지의 메뉴가 본사 교육에 따른 간단한 조리법으로 제공된다는 점, 외식시장 소비 주체인 여성 단골 고객층 형성 등이었다. ‘AlleyPub’의 창업비용은 25평 기준 7675만원이었다.

‘할리비어’는 20평~30평의 스몰 펍 비어와 30평~40평의 대형매장 크래프트 펍으로 나뉜다. 20~60대가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할리 함박스테이크’, ‘바삭 황태채’ 등 트렌드에 맞춘 특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또 다양한 수제맥주로 기존 고급화를 지향하는 스몰비어 브랜드이면서 ‘다이닝 펍’의 대세를 따르고 있다. 창업비용은 20~30평 기준 5300만원, 30평~40평 기준 7200만원이었다.

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 김모씨(여·42)는 “호프 업종에 관심을 갖고 찾아왔는데 다양한 브랜드를 구경할 수 있어 흥미롭다”며 “스몰비어보다는 다이닝펍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전하다고 판단해 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카롱’·‘부대찌개’ 등 카페와 결합해 독특한 메뉴 만들어

다이닝펍과 트렌드를 같이 할 종목은 독특한 카페(Unique Cafe)였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함께 개성을 지닌 개인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독특한 카페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도 강아지·고양이·갤러리·북·뮤직 등 다양한 테마로 독특함을 추구하거나 오므라이스, 짬뽕, 롤케익 등 디저트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연말 론칭한 ‘마리웨일 마카롱’ 마카롱을 좋아하는 마니아층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매장은 카페와 Take-out 형태이다.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트렌드에 민감한 홍대와 신촌에 총 4개의 매장이 입점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리웨일 마카롱’ 관계자는 “마카롱의 대중화를 위해 론칭했다”며 “시중 마카롱 가격은 2000원 내외지만, 우리는 가격 거품을 빼 9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웨일 개설비용은 8평 이하 6980만원, 10평 7330만원, 15평 8180만원이었다.

▲ 최근 몇 년간 카페 시장은 갤러리, 북, 고양이, 강아지 등 다양한 테마를 선보인 커피숍이 인기를 얻었다. 박람회를 통해 본 올해 카페 트렌드는 마카롱, 부대찌개 등 특정 메뉴를 소재로한 독특한 카페(Unique Cafe)가 유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카이데일리

‘153POINTZ’ 부대찌개cafe는 중년층의 예비창업자가 주로 관심을 보였다. ‘153POINTZ’는 60평 기준 부대찌개 매장에서 15평 정도를 카페로 운영하는 형태이다. 소비자들의 동선을 고려해 식사 후 음료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한 신개념 프랜차이즈이다.

특이점은 크게 오전시간에는 주부, 대학가 20대 고객을 대상의 모닝타임, 점심에는 직장인, 주말 데이트 커플 대상의 런치타임, 오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추구한다. 또 14시~17시까지는 카페 분위기의 브레이크 타임을 추구한다. 창업 유형은 A(40~60평), B(60~80평), C(80평이상) type으로 나눠지고, 창업비용은 A타입 1억3650만원, B타입 1억9400만원, C타입 2억4750만원이었다.

‘본죽&비빔밥cafe’는 죽과 비빔밥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카페형 복합 프리미엄 매장이다. 죽과 비빔밥메뉴와 함께 카페용 전용메뉴인 ‘단팥죽·차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주식회사 본아이에프는 전국 100여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본죽&비빔밥cafe’를 확대할 예정이다.

‘153POINTZ’ 부대찌개cafe 앞에서 시식을 맛보던 창업 희망자 이모씨(여·53)는 “식사를 즐기고 카페를 가는 것이 외식의 흔한 코스인데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효율적인 것 같다”며 “일반 카페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분야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중장년층 만큼 젊은 창업자들 참여 열기 뜨거워

‘제33회 프랜차이즈 산업 박람회’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개최됐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희망 및 준비자, 프랜차이즈 관련 기자재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 박람회는 외식·서비스·도소매 등 프랜차이즈 등 총 20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박람회 현장에서는 중·장년층과 더불어 20~30대 젊은 층의 창업열기도 뜨거웠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참관객의 연령대는 40세~50세 미만이 27.9%, 30~40세 미만이 27.2%, 20~30세 미만이 24.9%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관람객의 다수는 소규모 소자본 창업을 원했는데, 62.2%가 창업자금으로 1억원 미만을, 61.5%가 20평 이내 점포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