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단일 육류시장 마장동 고기 24시

인생을 품은 서울 푸줏간…땀과 눈물 담아 사연 서린 곳

김종우기자(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5-06 00:55:42

[김종우=객원기자] 서울 마장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고기’이다. 1963년 종로구 숭인동에서 마장동으로 우시장(현재의 마장 축산물시장)이 옮겨가면서 서울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축산물시장이 있다 보니 또 ‘서울에서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곳’하면 마장동이 생각난다.

고기 맛 좀 제대로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서울 성동구의 마장 축산물시장은 약 2만6000㎡ 면적에 2천여 개가 넘는 육류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축산물시장이다.

소의 밀도살이 횡행하던 500여 년의 서울 역사에 현대식 도축장이 들어선 것은 1909년이었다. 당시에 신설리와 합동에 한반도 최초의 도축장이 건립됐고, 아현동 도축장(합동 도축장이 이전)과 경성부 내 사설 도축장을 통합해 현저동 도축장(1917)을 지었다. 하지만 또다시 숭인동 도축장(1922)이 신설됐으나 현대식 도축장은 좀처럼 도심에 자리 잡기 힘들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37년 교통이 편리한 마장동이 최적합지로 지목돼 숭인동의 가축시장·도축장의 이전이 확정됐지만 중일전쟁으로 실현되지 못했으며, 광복 이후 가축시장(1958)과 도축장(1961)을 마장동에 설립했고 시민들에 의해 축산물시장이 자생적으로 형성돼 마장 축산물시장의 원형이 만들어졌다.

오래 전에 가축시장(1958~1974), 도축장(1961~1998)이 마장동에서 사라졌지만 마장 축산물시장 상인들은 지방에서 도축된 소·돼지의 저렴한 운임과 원활한 물량 수급을 때문에 마장동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선 초 말을 기르던 양마장(養馬場)이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인 마장동 우시장은 1998년 도시개발로 일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현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어 ‘소고기 마니아’들이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인생을 품은 서울 푸줏간’인 이곳에 들어서면 수구레(소의 가죽 껍질과 고기 사이의 아교질)를 파는 할머니부터 내장들과 소의 혀까지 척척 손질하는 억척 어멈들, 새벽부터 고기를 다듬는 정형사(도축된 가축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이)들과 먹자골목 내 식당 주인들의 엄청난 땀과 눈물까지 담아내면서 저마다의 사연과 인생을 품고 있다.

새벽 1시, 모두가 잠들어 있을 이 시각에 정형사들은 하루를 시작한다. 200kg에 육박하는 거대한 소의 2분도체(도축장에서 2등분된 상태의 소고기)를 번쩍 들어 매달고 뼈와 살을 꼼꼼히 가른다. 정형사들의 30년 경력은 평균이다. 마장동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정형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여 년 정도이다.

동양 최대 규모의 단일 육류시장인 이곳은 종사자 수 만해도 1만2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국내 소고기 마니아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요즘에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러시아 관광객들의 인기 코스로 주목을 받으면서 퇴근 무렵과 주말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