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스파이 덕에 ‘잘 입고 잘 가꾸는’ 남성 증가

‘킹스맨’ 효과로 ‘수트 핏’·‘맨 뷰티’ 열풍…테일러샵·바버샵 인기

김도현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6-02 16:10:33

영화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막대하다. 단순히 흥행수입을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생산·부가가치를 유발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콘텐츠 생산성을 쏘나타 대수로 표현하는 독특한 비교방식을 갖고 있는데, 국산영화 중 가장 먼저 쏘나타와 비교된 작품은 1999년 개봉돼 관객 620만 명을 동원한 ‘쉬리’다. 당시 한국은행은 약 506억원의 입장수익을 얻은 ‘쉬리’가 쏘나타 1만1667대의 생산효과를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2004년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두 편의 영화가 관련 산업에 미친 생산유발액과 부가가치 유발액은 각각 소나타 8042대, 1만2204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영화가 가져오는 어마어마한 직간접 경제파급효과에는 극중 등장하는 소품들도 크게 한 몫 한다. 대표적으로는 ‘백 투 더 퓨처’의 나이키 신발과 펩시콜라, ‘탑 건’의 레이벤(RAY-BAN) 선글라스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경우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이른바 ‘킹스맨 패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수트룩을 유행시켰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코노미 인 무비’ 시리즈 첫 번째로 영화 ‘킹스맨’이 패션·뷰티산업에 끼친 영향을 알아봤다.

▲ 영화 ‘킹스맨’의 인기로 남성들의 테일러샵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신을 가꾸는 남성들이 증가함에 다라 2040세대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이다. ‘젠틀맨 스타일’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정통 바버샵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과거 면도와 이발만 가능했던 ‘이발소’가 아닌 남성들의 피부 관리부터 의상·헤어 등까지 전반적인 스타일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사진은 한남동 테일러샵 테일러블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는 클래식한 정장 차림의 ‘잉글리쉬 젠틀맨’이 등장하는 액션에 힘입어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남성 패션 및 관련 뷰티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영화 킹스맨은 지난 봄 극장가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다. 킹스맨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600만명이 넘는 관객몰이에 성공했고 5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맨틱 영화의 주인공을 도맡아 온 콜린 퍼스가 완벽한 수트 패션을 선보이는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여성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영화는 평소 ‘영화와 패션’을 결부시키지 않는 남성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수트룩 열풍에 테일러샵 찾는 발길 늘어

극중 ‘킹스맨’이란 이름의 양복점은 비밀요원들의 접선 장소다. 이곳은 실제 테일러샵인 영국 런던의 유명 맞춤정장거리 쉘빌로우에 위치한 ‘헌츠맨’이다. 가지런히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소품과 극중 배우들의 완벽한 수트 패션이 국내 남성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최근 젊은 층에서 각광받는 테일러샵은 이태원 일대에 집중돼 있다. 과거부터 오랜 세월 한자리를 고수한 맞춤양복점부터 가방, 구두, 벨트 등 신사복 일체를 판매하는 젊은 느낌의 테일러샵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테일러샵은 기존 청담·삼성동에 집중된 고급 양복점에 비해 다소 젊은 느낌이 강하고 유행에 발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특히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들의 수요도 꾸준하다고 전해진다.

▲ 기성복이 아닌 ‘맞춤옷’을 선호하고 바버샵을 찾는 남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업체도 점차 증가세에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며 스타일링을 내고 또 최신 트렌드까지 익힐 수 있어 바쁜 현대 남성들에게 제격인 곳이다”고 전했다. 사진은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압구정에 위치한 바버샵 블레스, 한남동에 위치한 테일러샵 테일러블 내·외부 ⓒ스카이데일리

한 테일러샵 관계자는 “잘 입고 잘 가꾸는 남자들의 수요는 항상 존재했지만 요새 들어 그 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며 “영화 ‘킹스맨’의 효과로 기성복이 아닌 맞춤정장을 찾으시는 고객들이 상당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체형에 잘 어울리는 패션은 단순히 유행을 떠나 자신감을 심어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의 트렌드는 복고풍의 정장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던클래식’이 큰 인기를 얻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바버샵, 남성전문 뷰티공간으로 재탄생

킹스맨은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쪽에도 영향을 끼쳤다. 젠틀한 이미지를 가꾸려는 남성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바버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주로 홍대, 신사동, 청담동, 한남동 등지에 생겨나고 있는 바버샵은 과거 단순히 면도와 이발만 가능했던 ‘이발소’라는 이미지를 벗고 남성전문 뷰티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이다.

이곳은 기존 이발소의 기능은 물론 피부 관리도 겸하고 있어 최근 급증하는 ‘글루밍족’을 대상으로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슈 케어서비스는 물론 의류, 구두, 가방, 악세사리 등 남성전용 편집샵까지 겸하고 있을 정도다.

바버샵을 자주 이용한다는 A씨는 “제대로 된 남성 스타일링 관리를 받고자 지인 소개로 방문하게 됐다”며 “여성들이 미용실, 네일샵에 가는 것처럼 남성들도 바버샵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스타일링을 위해 방문했지만 그 외적인 것이 이곳만의 큰 장점이다”며 “휴식도 취하고 최신 트렌드를 익히고 또 쇼핑까지 할 수 있어 바쁜 현대 남성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