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꺼린 일, 로펌변호사들 힘모아 해결합니다”

법무법인 지평, 설립한 공익 법률가 단체…장애인 인권, 사회적 경제 분야 담당

신정연기자(pringles33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3-12 00:03:18

▲ 법무법인 지평이 만든 사단법인 두루는 공익적인 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두루는 공익소송, 법률자문과 상담, 입법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두루 소속 김용진(33) 변호사(왼쪽)는 사회적경제 분야를, 이주언(35) 변호사(오른쪽)는 장애인인권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사단법인 두루는 2014년 법무법인 지평이 설립한 단체로 공익소송, 법률자문과 상담, 입법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지평은 법무법인 가운데 국내 최초 공익위원회를 설립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15년간 공익활동을 기획·지원해왔다.

지평은 처음 설립 때부터 공익활동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을 지속해오다가 더 전문적으로 공익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 두루를 만든 것이다. 두루의 설립으로 지평의 공익활동은 더욱 부흥하게 됐다.

두루의 공익활동은 장애인인권, 국제인권, 아동청소년인권, 사회적경제 등 4개 파트로 구성돼있다. 3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운영과 관련된 일들은 변호사들이 함께 일을 나눠서 하고 있다.

두루는 수임료를 받지 않지만 지평과 함께 일할 때는 수임료를 받을 수도 있다. 받아도 수임료의 일부만 받는다고 한다.

김용진(33)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분야를 맡고 있다. 그는 처음 법 공부를 시작할 때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인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존경심에 시작했지만 처음 자리 잡은 곳은 ‘현대카드’의 사내 변호사였다. 그는 “이 길이 맞는건지 고민을 하다가 두루의 채용공고를 보고 좋은 기회다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루에서 활동하는 것 행운”…로펌 내 전문성과 결합해 시너지

이주언(35) 변호사는 장애인인권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또 이 변호사는 지평 구성원들과 환경실천소모임을 결성해 환경캠페인을 하고, 외부에서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 있는 법률가들이 모여서 만든 장애인법연구회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서울 강남역에 있는 로펌에서 일반 변호사로 3년간 근무했다. 그 후 원래 꿈꿨던 공익변호사로서의 길을 모색하다가 이곳에서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됐다. 두 변호사 모두 공익만을 전담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가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분야는 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해주거나 소송대리 등을 담당한다. 활동 중 하나는 SK 사회성과프로젝트 추진단과 연계한 일이다. SK측에서 사회적기업들을 30~40개 선정하면 두루가 그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도 하고 SK측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들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 사회적경제 분야를 맡은 김용진 변호사 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해주거나 소송대리 등을 담당한다. 그는 현대카드의 사내변호사로 일하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또한 성수동에 있는 소셜벤처들을 다양하게 지원하는 루트임팩트라는 단체와 연계해 법률자문과 소송을 담당한다.

장애인인권 분야를 맡고 있는 이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라는 단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상담을 하고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평 내에서도 장애인권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들이 있어 서로 자문과 소송활동을 지원한다.

이 변호사는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인강원’ 사건을 공익전담으로 방향을 바꾸고 처음 맡았는데 공익전담으로 방향을 바꾸고 처음 맡은 사건이다”며 “그런 활동을 스스로 원해서 맡게 됐지만 직접 현장에 맞닥뜨려보니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 당사자인 발달장애인들의 의사는 계속 묻히는 상황들을 보면서 스스로 선한 의도로 한 활동이지만 의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그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두루에서 활동하는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전했다. 지평은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많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합해 훨씬 더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다.

▲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상담을 하고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변호사는 공익전담으로 방향을 바꾸고 직접 현장에 맞닥뜨려보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사회적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김 변호사도 “선한 의도로만은 소송에서 이기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공익변호활동으로 많은 역량 있는 지평의 많은 선배 변호사들이 지도해주고 있어 지적재산권이나 노동문제 등 기존에 전문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둘 씩 배우면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두루와 같은 공익 법률가 단체들이 예전보다 많이 생겨났다. 개인 변호사부터 태평양, 화우 등의 대형 로펌 내 공익 변호단체까지 다양하다. 이 변호사는 대형 로펌 내 공익단체만이 갖는 특징들은 각 파트별로 쌓여있는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특색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한 단체에서 의뢰받아 진행하는 의료소송의 경우 여성장애인 환자가 변호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의료지식이 없거나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다들 꺼려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지평 안에 의료소송을 해온 변호사를 찾아봤더니 마침 그런 분이 계셨고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고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역시 혼자였다면 거절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변호사는 길지 않은 시간 두루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은 진정성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본인의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익활동을 하려는 변호사들이 지평 내에는 정말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오히려 공익활동에 대해 홍보보다는 공익활동을 제대로 하고 싶어하고 내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공익 사건이나 자문이 들어오면 단체메일로 담당할 인력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회신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담당하겠다고 하는 변호사도 많고 그 일들을 다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공익활동에 대한 열망이 모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 두루의 변호사들은 길지 않은 시간 두루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은 진정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본인의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익활동을 하려는 변호사들이 지평 내에는 정말 많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사진은 지평 및 두루 소속 직원들. [사진=사단법인 두루]

두 변호사는 모두 출퇴근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사내변호사로 일했을 당시 자리가 굉장히 안정적이기도 하고 칼퇴근이 보장돼있었지만 퇴근할 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항상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뭘 위해 살고 있는건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는데 그런 고민들이 사라졌고, 인생의 방향자체가 맞춰져간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 변호사 역시 “사법시험을 준비할 당시 조영래 변호사를 존경해 처음에는 일을 배우기 위해 로펌에 갔었지만 공익 변호사 쪽으로 방향을 다시 설정한 뒤부터 웃음이 더 늘었다”며 “월급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보람은 훨씬 더 크고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