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몰’ 확산…전국 곳곳서 상권흡인 ‘블랙홀’

태풍의 눈 ‘몰’ 확산…전국 곳곳서 상권흡인 ‘블랙홀’
서울만 대형몰 8곳에 군소형 확산징후…소비지형 지각변동 ‘대기업 급행보’

김도현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3-28 13:37:17

코엑스몰은 지난 2000년 개관했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조성된 ‘ASEM 컨벤션센터’와 함께 신설된 것이다. 이곳은 개장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식당·쇼핑·놀이·문화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또한 국내 최초로 개장한 코엑스몰에 이어 서울 곳곳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기폭제가 됐다. 몰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몰링’, ‘몰족(mall+族)’ 등 새로운 개념과 단어 들이 국내에 유입되거나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걸맞은 관련 산업도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몰 문화가 발전하면서 유독 코엑스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코엑스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리뉴얼 공사를 통해 재개장하며 전성기를 노렸으나 영 힘을 못 쓰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곳곳에 위치한 몰들을 찾아보고 최근 확산되는 ‘몰 문화’ 전반과 코엑스의 부진 이유 등을 현장 진단해봤다.

▲ 최근 몇년 사이 ‘몰(Mall)’이 상권의 핵으로 급격히 뜨고 있다. 식사·여가·쇼핑 등을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몰링, 몰족 등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서울 곳곳에서는 대형몰 8곳 이외에 동네상권을 위협하는 군소형 몰까지 확산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들 몰들은 인근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모으면서 바잉파워(구매력)를 키운다. 사진은 메세나폴리스몰 ⓒ스카이데일리

평일 점심시간을 앞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메세나폴리스몰. 이곳은 지난 2012년 조성된 복합쇼핑몰이다. 주상복합아파트 세 개동과 오피스빌딩 한 개동이 조성된 단지 저층부에 조성된 이곳 몰은 색색의 우산이 펼쳐진 곳으로 유명하다.

지하 1층 광장을 중심으로 세 개 층이 굽이굽이 이어진 길로 연결돼 있으며 길을 따라 패밀리레스토랑, 커피숍, 쇼핑매장 등이 줄지어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곳을 향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오피스동 건물에서 근무한다는 직장인 A씨는 “가끔 저녁 약속이 잡혀 이곳으로 지인을 부르곤 하는데 한 곳에서 식사와 후식 그리고 간단한 쇼핑 등이 있어 편리하다”며 “몰 자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집 근처 몰에서 하루를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A씨처럼 몰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른바 ‘몰족’이 주목받고 있다.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여가 등을 즐기는 형태를 ‘몰링’이라 하는데 몰 자체를 즐기는 A씨 같은 이들을 일컬어 몰족이라 하는 것이다.

직장인에겐 ‘휴식’ 연인들에겐 ‘데이트 코스’…극장·쇼핑·식당 등 복합상권 인기

지난 2014년 재개장한 코엑스 내부에는 리뉴얼 과정에서 조성된 ‘라이브 플라자’란 공간이 있다. 마치 야외 노천극장과 유사한 형태로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걸쳐 조성됐다. 이따금씩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있는 직장인 B씨를 만났다. 무역센터 입주기업 회사원인 그는 이곳에 잠시 쉬기 위해 들렀다고 전했다.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 후 커피 한잔 들고 이곳에 자주 오는 편이다”면서 “지금은 머리가 너무 복잡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던 중 이었다”고 짧게 답했다.

▲ 코엑스 리뉴얼 과정에서 신설된 ‘라이브 플라자’(사진)은 노천극장과 유사한 형태의 실내 공간이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사진과 같이 많은 이들이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 역시 이처럼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 몰의 장점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스카이데일리

B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쪽에서는 남녀 5명이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 옆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두 여성이 밝은 표정으로 역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연장 객석으로 활용되는 공간에 이들처럼 아무렇게나 앉아있어도 제지하거나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열린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떠들던 5명의 무리는 대학생들이었다. 16학번 새내기라고 소개한 그들은 고등학교 동창들이었다. 입학 후 처음 6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수업이 늦게 끝났다는 1명이 아직 도착을 안 해 이곳에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1명이 합류하면 이들은 코엑스몰 내부의 수족관에 갈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연인들에게도 몰은 인기 있는 만남의 광장이자 데이트 코스다. 신도림 인근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C씨는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코스로 몰을 자주 방문한다고 전했다. 집과 가까운 디큐브시티와 타임스퀘어 그리고 IFC몰을 자주 간다고 전했다.

C씨는 “아무래도 ‘어디 갈지’, ‘뭘 할지’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몰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산책과 같이 몰 내부를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아이쇼핑은 물론 쇼핑을 즐긴다. 또 곳곳에 식당과 카페가 있고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어 가벼운 데이트를 하기에 제격이다”고 소개했다.

주요 몰 공통점 찾아보니 영화관·스타벅스·역세권…“일부 차이 있지만 천편일률적”

C씨의 말처럼 기자가 취재한 서울 시내 주요 몰들 대다수는 이와 비슷한 형태나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넓은 공간에 쇼핑할 수 있는 공간들 사이로 커피숍이 있고 한 쪽에는 식당가가, 다른 한쪽에는 영화관 등이 입점한 구조다.

서울 시내 주요 몰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나는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중 하나가 입점했다는 점이다. 아이파크몰·타임스퀘어·IFC몰 등에는 CGV가, 디큐브시티·메세나폴리스·비트플렉스 등에는 롯데시네마 그리고 코엑스에는 메가박스가 각각 들어서 있다.

▲ 서울시내 주요 몰의 공통점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카페들이 즐비하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입점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몰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외식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몰에 브랜드들을 출점시키는가 하면 아예 브랜드 전체를 모아놓은 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왕십리 비트플렉스몰 분수광장에 위치한 스타벅스, 코엑스몰의 메가박스, IFC몰에 입점한 ‘CJ푸드월드’와 아워홈의 ‘푸드엠파이어’ ⓒ스카이데일리

또 다른 공통점은 스타벅스가 입점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익히 알려진대로 신세계와 스타벅스코리아가 공동 출자한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운영한다. 전국의 전 매장이 직영점 형태로 운영돼 유통가에서는 스타벅스 입점 여부가 부동산 가격을 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일부 커피체인에서는 스타벅스 근처에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의 영업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서울 시내 주요 모든 몰에 매장을 갖고 있다.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각종 커피숍·레스토랑이 몰 내부 곳곳에 포진해있다.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을 정도다. 바로 푸드코트다.

운영 중인 요식업 브랜드 등이 포함된 푸트코트가 공항과 몰 등을 중심으로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워홈이다. 아워홈은 사보텐·누들송 등 운영 중인 브랜드를 모아 ‘푸드엠파이어’란 이름의 푸트코트를 총 11개 운영 중이다.

다수의 유명 요식업 체인을 보유한 CJ푸드빌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5곳에 ‘CJ푸드월드’를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 몰 중에는 IFC몰에만 입점했는데 빕스·비비고·제일제면소 등 브랜드를 한데 모은 ‘외식 복합 공간’을 조성해 둔 상태다. 이곳에서는 음식점 외에도 CJ제품들로 구성된 슈퍼마켓과 베이커리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마지막 공통점은 바로 역세권이다. 몰들이 위치한 곳은 대게 지하철 환승역이다. 접근성이 좋으며 자연스럽게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 조성됐다. 또한 일부 몰들의 경우 막대한 인구밀집지를 배후에 둬 효과를 배가시킨 듯하다.

비트플렉스는 지하철 2·5·경의중앙선이 통과하고 얼마 전부터는 분당선까지 들어선 왕십리역사에 자리한 몰이다. 기자가 평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여러 무리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주로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방과 후 이곳으로 와 영화를 보고 운동화 등을 구경한다고 전했다.

이곳 관계자는 “다수의 지하철 노선 등과 곧바로 연결돼있어 주말이면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며 “평일 주·야간 시간대에도 인근 한양대학교 학생들과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도심과 서울 동북권을 연결하는 부도심에 자리한 이곳은 배후에 인구밀집지를 보유해 편리한 교통망을 이용해 방문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판단됐다. 타임스퀘어·디큐브시티 등도 이와 유사하다. 서울 서남부 부도심인 영등포·신도림에 조성된 이곳은 배후의 주거지 밀집지역과 도심 등과의 연결지로서 유동인구가 상시 많아 방문객이 상시 많은 곳이다.

경쟁력 대신 ‘분쟁’ 늘린 코엑스의 리뉴얼…업계 “접근성 밀려 침체한 것” 분석

▲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탐방한 서울 시내 주요 몰들의 인기 배경은 차별성보다 입지조건이 더 큰 영향을 차지하는 듯 했다. 다시 코엑스몰로 눈을 돌렸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 2년여 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리뉴얼 했음에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 빠진 코엑스몰의 해답이 여기에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입점 상인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재개관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했음을 지적한다. 당초 무역협회 측은 일평균 방문객 13만명(상주인구 제외)이란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기대감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코엑스 측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리뉴얼을 진행하며 총 3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자생력 강화가 목표였다. 자연히 입점업체들의 임대료도 상승했다. 하지만 재 오픈 후 종전보다 매출액 등이 감소하자 상인들은 격분했다. 자생력을 위한 리뉴얼이 분쟁의 소지로 전락한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엑스몰이 몰 자체로서 차별화를 두거나 강점을 갖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엑스몰이 갖고 있는 차별성은 아쿠아리움 등 일부인데 이것만 가지고 모객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코엑스몰의 방문객 감소 원인은 간단하다. 멀리 있기 때문이다”며 “과거에는 몰링을 위한 공간이 이곳뿐이었지만 이제는 코엑스몰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가깝고 교통좋은 곳에 갈 수 있는 몰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코엑스가 다른 몰들에 비해 유달리 교통이 편리하거나 배후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면서 “특히 가까운 거리에 잠실 롯데월드몰이 들어선 것 역시 코엑스몰 방문객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고 덧붙였다.